정치권의 코로나19로 ‘학력 양극화’ 주장, 교육계 반응은 ‘글쎄’
정치권의 코로나19로 ‘학력 양극화’ 주장, 교육계 반응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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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수 기준 상위권·하위권 동반 증가, ‘학력 중산층 붕괴’ 지적
상대평가 국어·수학 원점수로 진단 가능? 절대평가 영어만 유효
하위권 증가 ‘변수 많아’…새 교육과정, 시험 난도 등 면밀한 측정 필요
교육부, ‘학력격차 감소 방안 마련’…성급한 정책으로 긁어 부스럼 만드나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수능 난도 조정’은 오히려 고3 불리 가져올 수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력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통해 제기됐다. 앞서 실시된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에서 중위권이 예년 대비 줄어든 ‘중산층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는 비율이 늘어난 것을 볼 때 ‘쉬운 시험’이었음이 드러났지만, 덩달아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원점수 40점 미만 비율도 늘어나면서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수험생이 양극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상위권이 늘어난 쉬운 시험임에도 하위권이 늘어난 것은 분명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양극화’를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국어·수학의 경우 상대평가 체제이기에 원점수를 사용할 일이 없는데 원점수를 기준으로 상·하위권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체제인 영어영역에 대한 지적은 수긍할 만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뀐 교육과정이나 개별 시험의 난도 등 ‘변수’들이 많은 만큼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는 해당 지적을 수용하듯 학력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점수를 기반으로 한 학력 격차 분석의 타당성이 낮다는 점에서 성급한 정책 마련으로 혼란상만 키울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강민정 의원, 6월 모평 기반 ‘학력 양극화’ 주장…시험 쉬웠는데 하위권도 늘어나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28일 “코로나 사태로 중위권의 규모가 줄었다”며 “학력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실시된 ‘2021학년 6월 수능 모의평가(6월 모평)’를 비롯해 최근 3년간 실시된 6월 모평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강 의원이 주장한 학력 양극화의 토대는 ‘원점수’다. 원점수를 최근 3년간 실시된 6월 모평 성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반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원점수 90점 이상을 상위권, 원점수 40점 미만을 하위권으로 각각 분류했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모평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은 영역별로 국어 7.15%, 수학(나) 7.4%, 영어 8.73%다. 국어의 경우 2019학년 5.45%, 2020학년 2.64%가 90점 이상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비율이 늘어난 점을 알 수 있다. 수학 나형도 1.93%와 3.88%였던 흐름에서 7.4%로 90점 이상을 받은 사례가 대폭 늘어났다. 영어영역은 4.19%와 7.76%에서 8.73%로 국어·수학(나)와 비교하면 정도가 덜하지만,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이 늘어나긴 마찬가지였다. 수학(가)만 지난해 3.08%에서 올해 2.67%로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모의평가·학력평가 등의 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처럼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시험 난도가 높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이 쉬웠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국어와 수학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90점 이상의 비율이 시험 난도와 직결된다고 볼 때 예년에 비해 이번 시험은 대체로 쉽게 출제된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이 주목한 부분은 이처럼 상위권이 예년 대비 늘어난 ‘쉬운 시험’임에도 하위권이 동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올해 6월 모평에서 원점수 40점 미만을 받은 비율을 영역별로 보면 국어는 26.23%, 수학(가)는 30.3%, 수학(나)는 50.55%, 영어는 22.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0점 미만을 받은 비율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알 수 있다. 수학(나)는 40점 미만을 받은 비율이 5.74%p 늘어났으며 영어는 2.5%p, 국어는 1.5%p, 수학(나)는 0.82%p가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하위권이 늘어난 것에 대해 “고득점의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시험의 난이도가 쉽다고 평가한다. 저득점의 비율이 예년에 비해 확연히 증가한 것은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라며 “학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어나면서 중위권 내지 중상위권으로 부를 수 있는 60점 이상 90점 미만 수험생의 비율은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예년에는 수학(나)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해당 성적대 학생들의 비율이 40%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국어, 수학(가) 모두 40% 밑으로 비율이 줄었고, 영어는 44.8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8.3%와 비교하면 비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위권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수학(나)도 25.57%에서 24.72%로 중상위권의 비중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강 의원은 중상위권의 비율 감소에 대해 ‘학력 중산층의 붕괴’라는 표현을 썼다. “공교육 학습 수준의 기준이 돼야 할 ‘학력 중산층’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붕괴해 버린 것”이라는 게 강 의원이 내린 결론이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반 증가하고, 중상위권은 무너진 현상의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수업에서 찾았다. “교육 기회균등의 최후 보루인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코로나19 사태로 부재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학교 공간이 제공했던 교육 주체 간 소통, 이를 통한 개별 학생의 최저학력 보장이 불가(능)해졌다. 개인차를 고려한 대면적 피드백도 어려웠다. 학습활동 참여와 배움의 효과가 학생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번 학력 양극화가 시사하는 바로 원격교육이 미래교육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교육 당국에 해결책을 요청했다. 강 의원은 “학력 양극화 문제는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교육이 미래교육의 전면적 대안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비대면 원격교육 기간 동안 발생한 학력 양극화 (등의)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가능한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등의 방향”으로 학교 공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상대평가 국어·수학 지적 의미 있나? 절대평가 영어영역에나 유효 = 강 의원이 지적한 상위권과 하위권의 동반 증가는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례적 현상이 있는 것은 맞지만, 문제점으로 지적할 사안은 아니라고 바라본다. 강 의원이 지적한 국어·수학·영어 가운데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현재 ‘상대평가’ 체제라는 점에서다.

주장의 근간을 이루는 ‘원점수’는 수능에서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국어, 수학(가), 수학(나)는 상대평가 체제이기에 성적표에도 원점수가 찍혀 나오지 않는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등의 자료만 제공된다. 

상대평가 방식으로 표준점수와 등급 등이 정해지기에 상·하위권의 증감이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강 의원이 제시한 최근 3년간의 6월 모평에서 ‘영역별 1등급 원점수 컷 추정치’를 보면 국어영역의 경우 2019학년에는 91점, 2020학년에는 87점, 2021학년에는 92점에서 1등급이 끊겼다. 수학(가)는 85점, 89점, 88점 그리고 수학(나)는 87점, 89점, 93점이 1등급 컷이었다. 

시험의 난도에 따라 이처럼 컷점수가 변동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반해서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상대평가 체제이기에 점수 부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시험의 점수 부여 구조를 고려하면, 원점수를 기준으로 한 분석은 타당성이 높지 않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다만, 영어와 관련된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는 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다른 영역과 달리 절대평가 체제로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는 구조이기에 원점수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영역에서 학력 격차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한 것은 강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8일 6월 모평 채점 결과가 공개됐을 때부터 입시기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1등급 비율이 다소 늘어난 반면 2등급부터 4등급까지의 인원들은 10%p 이상 대폭 줄었고, 5등급부터 9등급까지의 수험생들은 늘어난 양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모 입시기관 관계자는 “올해 절대평가 4년차를 맞은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늘어난 반면 70점대, 80점대 학생들이 줄었다. 영어 학력차이가 발생했다는 이상징후”라며 “어느 집단인지 특정하긴 어렵지만, 고3이 많은 특성상 고3 내에서의 격차가 상당했을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학습을 이어나간 반면, 중위권이나 중하위권 학생들은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뀐 교육과정, 시험 난도 변화 등 일률적 비교 쉽지 않아 = 교육계에서 이번 분석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 점수 부여 체계 때문만은 아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동반 증가 현상에 대한 진단은 시험 난도나 교육과정 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 의원은 대부분 영역에서 활용하지조차 않는 원점수를 기준으로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었다며 ‘학력 양극화’를 단정 짓는 모습을 보였기에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의평가나 수능 등의 난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번처럼 원점수 기준 비율의 변화를 보는 것 이외에도 1등급 원점수 컷의 변화, 만점자 비율 변화, 표준점수 최고점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난도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올해 6월 모평이 이전 2년간의 시험 대비 다소 쉬웠다는 강 의원실의 분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1등급 원점수 컷의 경우 국어는 5점, 수학(나)는 4점이 올랐고 만점자는 국어의 경우 0.01%에서 0.32%, 수학(나)는 0.69%에서 1.21%가 되는 등 대폭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1등급에 들기 위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만점자도 많이 나왔다는 것은 시험이 쉬웠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영어도 1등급 비율이 7.76%에서 8.78%로 늘어난 것을 볼 때 쉬웠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석이 ‘상위권’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난도 판단 지표는 ‘상위권’에 한정된 것으로 하위권에 대한 분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위권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상위권의 경우 시험 난도가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가 쉽지만, 하위권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수학의 경우 전통적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21번과 29번, 30번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 1등급 컷이 내려앉고, 만점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킬러 문항은 쉬웠던 반면, 중간 난도 문제들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다면 이번처럼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반해서 늘어나는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시험 난도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하위권이 늘었다고 ‘학력 양극화’라는 결론을 내는 것은 성급하다고 봐야 한다.

올해 모의평가와 향후 수능에 적용될 교육과정이 ‘바뀐 교육과정’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적용받은 케이스다. 기본-일반-심화로 이어지던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달리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이기에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당장 국어와 수학 등에서는 출제범위도 예년과는 다소 달라졌다. 바뀐 개정 교육과정이 N수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3들은 그에 따라 갖게 될 유·불리는 어떤지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모의평가 성적을 비교해 결론을 내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 해결책이 있기는 할까? 수능 난도 조정으로는 해결 불가 = 교육부는 강 의원의 지적을 반영해 학력격차 문제를 해결한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력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내달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원격수업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한계”를 거론하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문제도 고민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해결책이 과연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 의원이 표현한 ‘학력 중산층’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일각에서는 수능 난도 조정을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달 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고3과 졸업생 간 학력격차가 존재한다며, 올해 수능 난도를 예년 대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분석의 세밀함 여부를 떠나 예년 대비 6월 모평이 쉽게 출제됐는데도 하위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 이상 하위권을 더 늘리게 될 ‘어려운 시험’으로의 전환은 어렵다. 결국에는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주장한 것처럼 시험을 쉽게 만드는 것만이 수능 관련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수능 난도를 낮춘다고 해서 학력 격차가 줄어든다거나 난도 하락이 고3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종로학원이 최근 10년간 실시된 수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어렵게 출제된 해보다 쉽게 출제된 해에 ‘상위권’이라 볼 수 있는 2등급 이내에서의 N수생 비율이 더 늘어나는 등 쉬운 시험이 오히려 N수생에게 이점을 안겨준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수능이 쉬우면 고3이 유리하고, 어려우면 N수생이 유리하다고 단정지어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도 그동안 ‘인위적 수능 난도 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꾸준히 보여 왔다. 

이처럼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성급히 ‘학력격차 감소 방안’ 마련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은 또 다른 우려를 부르는 대목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앞장서서 내놨던 것들이 대입공정성강화방안처럼 부작용만 더 큰 방안들”이라며 “학력격차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대입에 손을 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상황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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