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3 대입 구제책, 7개대학 수능최저 완화 요청 서울대만 허용, 6개대학 불허
왜 판단 엇갈렸나…대교협 “예측 가능성, 형평성, 유·불리 때문”
서울대 지균 수능최저 완화도 ‘사전예고제 상충은 마찬가지’
‘고3만 지원 가능 전형’ 조건 달았어야…‘잡음’ 자초한 대교협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고3 대입 구제책’으로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를 신청한 7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의 요청만 받아들였음이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교협으로부터 받은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내용 검토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29일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을 완화를 대교협에 신청한 대학은 총 7개교다. 

자료에는 구체적인 대학명이 공시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대학 이름을 이니셜로 표현한 데 더해 전형명과 학과, 수능최저 등이 공개돼 있어 어느 대학인지 추정할 수 있다. 발표된 자료 순서에 따르면, △수원대학교(S대) △청운대학교(C대) △충남대학교(C대) △한국체육대학교(H대) △가톨릭대학교(C대) △우석대학교가 수능최저 완화를 신청한 6개 대학이다. 

개별 대학의 사례를 보면, 수원대(S대)의 경우 학생부교과100%전형의 수능최저를 2개 등급합 6이내에서 7이내로 1등급 낮추려 했으며, 청운대(C대)는 일반전형에서 3개 등급합 13이내이던 기준을 15이내로 2등급 완화하고자 했다. 한국체대(H대)는 4등급 3개인 교과성적우수자전형의 수능최저를 2개 등급합 7이내, 우석대(W대)는 4개 등급합 7이내인 교과일반전형 등의 수능최저를 3개 등급합 6이내로 바꿀 계획이었다. 

탐구영역 반영방법에 변화를 주려던 사례도 있다. 충남대(C대)는 국가안보융합전형-해양안보학의 수능최저를 3개 등급합 9이내로 동일하게 유지하되 탐구영역을 2과목 반영하던 것에서 1과목으로 줄여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요량이었다. 충남대는 해군본부 협약에 따라 수능최저를 변경한다는 배경도 대교협에 승인을 요청할 때 덧붙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늦춰지고, 온라인 수업 등이 시행되면서 고3의 학업역량 저하 문제가 대두됐고, 그로 인해 대입에서 불리함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때문에 교육부는 대학들에 고3들이 대입에서 겪을 불리함을 낮출 수 있는 ‘고3 대입 구제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대학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서류평가를 하겠다’거나 ‘면접을 비대면으로 시행하겠다’, ‘불가피한 출결 결손이나 봉사 등은 올해 대입에서 반영하지 않겠다’ 등의 대책을 내놨던 상황이다.

수능최저 완화는 그 중에서도 효과가 상당히 큰 방안이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한다거나 높은 수능최저가 부담돼 지원을 포기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다. 수능최저를 완화하는 것은 당장의 수험생들이 느낄 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서울대를 제외한 6개 대학의 수능최저 완화 신청을 대교협이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교협은 기존에 예고됐던 수능최저가 변경되는 경우 △수험생의 전형 예측 가능성이 침해돼 혼란 발생 △수험생 간 유·불리 관련 공정성 문제 발생 △졸업생이 지원 가능한 전형인 경우 형평성 문제 발생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른 대학들의 전형계획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같은 대교협의 조치가 전형 취지에 오히려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나머지 6개 대학이 수능최저를 완화하고자 한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주요 취지는 학교 교과에만 충실해도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수능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전형 취지에 훨씬 부합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전형유형별로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이 수능최저 완화 대상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6개 대학이 수능최저 완화 방안을 적용하려던 전형은 총 9개. 이 중 가톨릭대의 논술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전형은 모두 학생부교과전형이다. 

강 의원은 비판을 이어나가며,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대입시험을 취소하거나 학교 성적으로 대체하는 등 변화한 입시 환경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입제도에 변화”를 주는 해외 사례들을 볼 때 ‘전형에 대한 예측 가능성’ 보다는 ‘변화한 환경에 맞는 전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의원이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낸 ‘국외 COVID-19 대응 대학입시 방안 사례’를 통해 집계한 ‘국외 코로나19 대입 방안 사례’에 따르면, 영국과 아일랜드는 학업 성과를 바탕으로 대입시험 성적을 부여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온라인 시험을 치르거나 추가 시험 센터를 확보했다. 프랑스도 대입 시험으로 명성이 높은 바칼로레아를 상당수 취소하고 학업 성과를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교협의 입장은 확고하다. 29일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인철 대교협 회장(한국외대 총장)은 수능최저 완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톨릭대도 수능최저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전형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가톨릭대는 재학생·재수생 간 형평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6개 대학의 수능최저 완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당시 내세웠던 △예측 가능성 침해 △유·불리 △형평성 등을 고스란히 답변으로 삼은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대교협의 방침이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다. 수능최저 완화 방안이 유일하게 받아들여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이 고3만 지원 가능한 전형이기에 재학생·재수생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예측 가능성을 침해한다는 것은 서울대 지균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서울대 지균에만 유독 수능최저 완화 방안을 허용한 이유로 ‘고3만 지원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대교협 관계자는 서울대 지균의 수능최저 완화는 왜 받아들였냐는 대학 입학관계자들의 질문에 “고교마다 2명씩 추천하는 전형으로 고3만 지원 가능한 점이 고려됐다”고 한 바 있다.

대교협은 ‘충원율’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능최저를 완화하면 당락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가 제출한 3년간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충원율이 굉장히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대교협이 해명에 나섰지만, 대학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학 선호도를 고려하면, 서울대 지균의 수능최저가 완화되는 것이 대입 전반에 몰고 올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대학서열’이 존재하지 않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대학 선호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수험생은 선호도 높은 대학에 진학하길 열망한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 대입전형에 준 변화는 그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교협이 설명한 것처럼 예측 가능성이 중시돼야 할 가치라면, 서울대 지균 수능최저 완화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교협이나 교육부가 고3 대입 구제책을 내놓을 것만 요구하고,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도 대학들의 불만을 부르는 요인이다. 수능최저 완화를 요청했다 거부당한 한 대학 관계자는 “고3들의 불리함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에 응답해 수능최저 완화를 결정한 것인데, 대교협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입학위원회 등의 내부 절차를 거쳐 결정했는데, 정작 승인이 안 나 올해 수능최저 완화를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대교협 해명대로라면 고3만 지원가능한 전형이었는지가 승인 여부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이런 ‘조건’을 알려줬더라면 지금과 같은 잡음은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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