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

한국의 지역언론이 중앙언론 보다 잘하던 것이 딱 하나 있다. 지역감정 조장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일부 지역언론들은 사그러지던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 애쓰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호남지역 일간지들은 소위 “호남 푸대접론”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호남 푸대접," "호남소외 망령," "호남 홀대"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다. 일부 중앙 언론도 이를 받아 확산시켰다. 동아일보는 “텃밭이 심상치 않다”며 거들었고, 조선일보는 “호남 푸대접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문화일보는 정부 주요기관 고위 공직자의 출신지를 직접 조사해, 호남지역 인사 차별이라는 지역언론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일부 언론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막기보다는 인사 소외를 기정사실화하고, 정부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며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빗나간 비판의 자세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지역언론의 지역감정 조장 보도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호남 인사 역차별,” “영남 지역경제 차별” 등의 제목이 영호남 지역일간지 지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듯, 국민들은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론의 지역감정 조장 보도가 예전처럼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언론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이다. 중앙 언론에는 그토록 당당하게 대하던 노무현 정부가 호남 지역언론에게는 일치감치 꼬리를 내리고 들어갔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담당 보좌관은 일부 정치인이 배후에서 호남 푸대접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지역정치인들을 탓했다. 그러한 음모에 동조한 지역언론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 행자부장관은 광주 지역방송에 출연해 인사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을 했고, 국정홍보처장은 지역언론사 사장단을 만나 해명했다. 그러나 호남지역 언론사주들은 결코 지역민심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언론경영인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들도 아니다. 지난달 문화관광부 발표에 의하면 인구 500만의 호남지역에 무려 22개의 종합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다. 광주 10개, 전북 10개, 전남 2개이다. 전 세계에서 지역신문수가 이 지역처럼 많은 곳이 없다. 더욱 이상한 것은, 지역신문은 많지만 실제로 구독자들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호남지역주민 100명중 절반이 중앙 일간지를 보지만, 지역일간지 구독자는 6명도 채 안된다. 그 결과 호남 지역 일간지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자본 잠식 상태에 있거나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사는 늘어나, 이름을 외기에도 벅찰 정도라는 것이 지역시민단체의 하소연이다. 왜 그럴까? 호남지역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사주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역 토호세력들이 지역언론을 정계진출의 발판이나 기업활동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지역신문의 지면은 “독자의 목소리는 오간 데 없고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성 기사만이 요란하다”는 것이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평가이다. 이로 인해 죽어나는 것은 지역의 언론노동자들이다. 지역신문의 경영부실은 임금착취, 촌지수수, 광고강요등 언론노동자들의 착취로 그리고 지역사회의 부조리로 이어진다. 김대중 정부는 언론개혁을 한다면서도 지역언론의 부실과 부패는 못 본척했다. 노무현 정부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듯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들은 결코 노무현 정부의 언론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온갖 부조리를 일삼는 지역언론의 폐해를 지역주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언론을 퇴출시키고,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건강한 지역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도 치료하고 언론개혁이라는 해묵은 숙제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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