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개 대학 중 절반 이상이 비대면 수업
원활한 수업 위한 '온라인 에티켓' 제시
'평등'하지 못한 학습 환경 노출은 문제

온라인 수업 에티켓 (=한국대학신문)
온라인 수업 에티켓 (=한국대학신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결국 코로나19가 전국 거리두기 2단계 연장과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만들어냈다. 대학들은 거리두기 1단계 정도이면 혼합형 수업을 채택하려고 했다. 하지만 2단계 이상이 지속되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2학기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가상공간이 교실이 된 가운데, 이제는 참여자 모두가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상 교실'에서 '온라인 에티켓'을 명확히 적립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에티켓’의 필요는 절반이 넘는 비대면 수업이 그 배경이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전국 332개 대학(일반대 198, 전문대 134) 중 196개(59%) 대학이 2학기 개강 이후 전면 비대면 수업에 들어갔다.

사실 교수자의 사전 동영상 녹화로 제공되는 수업은 이렇다 할 에티켓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Zoom(줌)과 같은 실시간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한 화상 수업은 달랐다. 수업 초창기에는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안도감에 잠옷을 입고 나타나는 학생도 있었고, 수업 중 ‘개인 먹방’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온라인 수업에 아주 큰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분명 오프라인 수업이었다면 실현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다.

■ “온라인 수업에도 예의가 있어요” 6가지 에티켓=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학과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원활한 온라인 수업을 위한 ‘비대면 실시간 화상 강의 유의사항’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고전탐구 세미나와 주제탐구 세미나를 진행하는 조준희 교수는 줌을 통해서 매주 학생들을 만난다. 고전탐구 세미나는 20명, 주제탐구 세미나는 18명이 참여한다. 토론식 수업이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카메라를 켜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조 교수는 “1학기 때부터 에티켓에 대해 강조해왔고,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온라인 에티켓을 잘 지켜달라고 고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제시한 에티켓은 여섯 가지로 추려진다.


<온라인 에티켓>
○ 가능한 한 조용한 장소에서 :
비대면 수업 시 혼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동 중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른 수강생들에게 방해가 된다. 수업에 지각하더라도 카메라를 고정할 수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수업에 접속한다.
○ 비대면 수업에서는 영상과 음성을 모두 ON! : 비대면 수업은 세미나 수업과 동일하다고 본다. 영상이나 음성이 부재할 경우에는 결석 처리한다.
○ 가상공간에서도 T.P.O는 지키자 : 비대면 수업이 가상 공간에서 이뤄져도 ‘공적인 공간’이기에 이에 합당한 자세로 임한다. 자리를 비울 시 음성과 영상을 끄고 강의실을 나가 듯 행동해야 한다.
○ 안정적인 수업 접속을 위한 기기 확인 : 수업 참여에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전원선 및 배터리 충전량을 확인하고, 특히 수업 중 인터넷 접속을 느리게 만드는 다른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은 꺼둔다.
○ 비대면 수업은 녹화 금지 : 비대면 수업은 서울대 저작권 및 수업 참가자 초상권을 위해서 녹화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대면 수업 시 다른 사람이 함께할 경우에는 사전에 허락을 받고 청강한다.
○ 모두 다 공적 수업! 대면 수업 시와 같아 : 비대면 수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어디까지나 비대면 수업도 공적 수업이고, 혹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교수자에게 질문하면 된다.


■ 세계 대학들도 온라인 에티켓 제시, 하지만 ‘그리운 강의실’= 조 교수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도 이러한 비대면 교육 시대를 준비하면서 에티켓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도 ‘Distance Teaching Do’s and Don’ts’라는 페이지를 통해 원격 교육 시 교수자의 자세 등 온라인 수업 유의사항을 고지했고, 미국 라이스대는 ‘Online Etiquette for Remote Students’(온라인 학생을 위한 온라인 예의)를 마련해 배포했다.

라이스대에서는 “모든 사람이 너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라”라고 강조했다. 화상 채팅은 교실에서와는 달리 카메라에 비친 모습을 자세하게 볼 수 있고, 불안정한 화면은 학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동 시 수업 참여를 지양하는 이유도 흔들리는 화면 자체만으로도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빼앗아 수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에티켓을 수업 참여자 모두가 준수해도 대면 수업에 대한 갈증과 온라인수업의 문제 등은 해소되지는 않는다.

수업 전·후로 학생들끼리 서로 허물 없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학습 효과를 증진하기도 하고, 수업 외적인 부분도 공유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활동이 불가하다. 조 교수는 “함께 들은 수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때 쌓이는 지식이 분명히 있는데, 자연스러운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Zoom(줌)에서 가상배경 화면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줌 유튜브)
Zoom(줌)에서 가상배경 화면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줌 유튜브)

또 하나의 문제는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강의실은 아무리 허름하고 낡아도 강의실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백그라운드(배경)가 사라져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온라인 환경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 수업 초창기에 수업 참가자 뒤로 보이는 집안 환경을 통해 개인 사생활이 드러나, 소득 수준까지 언급되며 논란이 됐다. 그 후 줌(Zoom)은 프로그램 자체 내에서 가상 배경으로 자연환경 사진이나 서재 사진 등을 적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트북의 성능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 격차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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