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영남신대 고문변호사

박상흠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 종교 및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천명한다. 하지만 헌법의 차별금지 선언만으로는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제거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이 최근 발의될 예정인 듯하다. 그런데 차별을 시정하는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은 현행 법체계에도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양성평등법 등이 그 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현행 차별금지법의 개별적 규정들을 포괄적으로 포섭하고, 법이 규정한 차별금지를 위반했을 경우의 법적 제재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별금지법이 차별행위로 열거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장애·나이·언어·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차별행위가 이뤄지는 영역은 △고용 △재화와 용역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이나 이용 △행정서비스의 제공이나 이용 등 4개의 영역으로 지정했다. 교육현장에서의 교육활동도 차별금지영역에 해당하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더 주목할 내용은 차별행위 관련 성별의 정의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36조와 민법 규정은 양성을 성별의 원칙으로 정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정의하는 성별은 남녀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을 추가하고, 성적지향에 동성애와 양성애를 신설하며, 성별정체성 판정 기준을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인식으로 보는 등 현행 헌법체계와 상반된 입장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차별행위가 위 4개 영역에서 이뤄졌다고 인정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기관·기업·행정기관 등에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위 기관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걸음 나아가 대학당국이 경계해야 할 바는 시정명령에 대한 불응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것보다 교육부 등의 감사와 평가과정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 있으니 더욱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교육현장에서 교육자가 주관적 관점에서 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성별 중 양성만을 인정하고 ‘남녀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에 대해서는 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이에 대해 피교육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시정명령이 내려왔다고 가정해보자.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소신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상실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교육은 교육현장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활발한 대화 속에서 양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청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차별금지법에 담긴 ‘평등을 향한 지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을 거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성은 차별을 금지하는 데 순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국가가 차별행위를 법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법적 제재를 가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요한다. 법률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법률만능주의로는 사회에 잠재돼 있는 차별을 치유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가가 방치하고 있는 차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특히 교육의 차별영역은 어떤가. 대학별로 서열을 세워두고 출신대학에 따라 사회진출에 차별이 발생하는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차별금지법은 침묵한다. 차별금지법에는 특정영역에 대한 차별만을 차별로 인정하는 내재적인 모순점이 있는 것이다. 모 방송국에서 동성애에 대한 교육을 하다 학부모의 거친 항의에 직면한 한국의 현실도 고려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금지법에 청탁금지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해석편람을 던져주고, 이를 지침으로 차별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기에는 차별영역이 너무 광범위해 현실성이 더욱 떨어진다. 법을 통한 차별해소정책을 보며, 영국의 노동당이 사회구조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교육을 통해 광부·간호사와 직업을 가진 자녀들을 사회지도자층으로 이동시킨 정책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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