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월 26일 막을 내렸다.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시절 특혜의혹’ 등 각종 쟁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국감은 상대적으로 ‘맹탕국감’ ‘재탕국감’의 촌평만 듣고 종료됐다.

교육 문제를 다루는 교육위 국감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코로나19 시국 하에서 정부 대응방안과 비대면 수업을 둘러싼 교육격차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큰 논란 없이 종료됐다. 마지막 날까지도 사립대 부정·비리, 입시 논란, 교수 자녀 논문 부당저자 문제 등 해마다 반복돼 온 고등교육 이슈만이 주를 이뤘을 뿐이다.

호통과 질책으로 일관된 국감장의 모습도 변한 게 없다. 증인으로 채택된 사학 경영자들이 호통 치는 의원들 앞에서 죄인 모양으로 증인석에 나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만 민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국감이 끝났지만 왠지 개운하지 않다. 문제가 잔뜩 쌓여 있는데 어느 것도 시원스럽게 해결된 게 없는 느낌이다. 원점은 공략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돈 형국이라고나 할까? 문제만 제기하는 의원과 혁신적 정책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교육부의 자세가 교육위 국감을 더욱 밋밋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쟁점이었던 ‘대입 공정성’ 문제는 쑥 들어갔다. 올해도 ‘사학비리’는 국감의 단골메뉴 답게 한 자리 차지했다. 국감 때만 되면 사학은 잘못한 것 없이 부정비리집단으로 매도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일부 비리사학의 부정행위가 사학 전체를 비리사학으로 매도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사학에서 비리행위를 저지른 자들은 수치스러움도 모른다. 오히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은지 당당하기까지 하다. 비리사학 리스트에 자주 오르내리는 대학들이 있다. 이 대학들 때문에 다수의 건전사학이 헤아릴 수 없는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몇 안 되는 사학비리 연루자들 때문에 건전사학인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니 사학의 정당한 요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금 대학은 엄청난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재학생은 줄고 등록금은 동결된 상태다. 고정비 지출만 간신히 하며 버티는 대학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이런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부서인 기재부와 입법부의 지원을 받기가 만만치 않다.

사학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기관이기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재정을 마음대로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실제로 부정비리로 얼룩진 사학을 지원해주는 것이 국민정서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은 실정이다. 여기에 교육관련 노조들의 사학경영인에 대한 적대적 의식도 한 몫 한다. 

예산철이 되면 대학 총장들은 국회 문턱이 닳을 정도로 교육위 위원들을 쫒아 다닌다. 대학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고 재정지원 확대를 건의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의원들은 총장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능한 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임을 약속한다. 그러나 대부분 립서비스(lip service)에 그친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뒷담화를 들어보면 “사학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지만 국민정서상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사학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고 일어나면 사학 부정비리 사건이 도하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연일 방송에 나오는데 누가 이런 사학들을 지원하자고 나설 수 있단 말인가? 표를 의식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이 이해된다.

그러나 건전사학들의 입장에서 보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과 무관한 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비리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현실에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비리사학인들이 응당히 받아야 할 죗값을 건전사학 경영인들이 대신 치르는 형국이다. 

사학도 건전사학과 비리사학이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일부 그릇된 비리사학의 부정적 이미지가 다수 건전사학의 노력을 가리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언론부터 비리사학을 철저하게 건전사학들과 분리해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비리사학에 대한 처벌을 지금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 지금 같은 미온적 처벌로는 상습적인 사학비리 행위를 멈출 수 없다. 한번 비리를 저지른 인사는 교육현장 복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일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사학비리의 주인공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사학비리는 전체 사학인의 문제가 아닌 일부 고질적인 사학경영인의 일탈행위다. 정부 당국도 차제에 건전사학과 비리사학, 옥석(玉石)을 가려주기 바란다. 금번 국감에서 일부 의원 중심으로 사학비리 재발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제안됐다. 일과성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성을 갖고 추진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전체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점도 기억하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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