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반색’ vs 수도권 학생 ‘역차별’ 주장
현실부터 돌아봐야?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평균 21% 밑돌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정치권의 ‘공공기관 지방대 채용 50% 확대’ 발언을 두고 여론이 뜨겁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폭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수도권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대 의견도 거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도시가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늘려야 한다”며 “내년 혁신도시 공공기관에 할당된 목표는 현 지역 대학 출신 30% 채용이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 학교 출신들을 더해 50%까지 지방대 출신자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방대 할당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얘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전북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에서도 이 대표는 “공무원 지방 할당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지방인재 채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50% 발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에 시달리는 지역 대학에서는 이같은 소식을 반긴다. 반면, 일각에서는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공기관 지방대 50% 할당제는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이라고 비유하며 “공정은 아예 쓰레기통에 내버렸나”라고 반문했다.

하 의원은 “지방대 50% 할당제가 시행되면 지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심각한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능력과 실력 대신 불공정 채용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 나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역인재 채용 반대 게시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역인재 채용 반대 게시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유사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평생을 지방 고향에서 살다가 대학을 서울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많은 대학생이 차별받고 있다”며 “국토 균형발전과 사라져가는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이 대표의 발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제도적 현실을 들어 ‘역차별’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확대’를 얘기했지만, 현재 시행 중인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 채용제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현황’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17.1%에 그쳤다. 2019년 기준 지역인재 의무채용 법정 비율은 21%다. 이전 기관 13곳 중 의무채용비율에 못 미치는 기관은 5곳이나 됐다. 한국농어촌경제연구원은 지역인재 채용비율 0%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조한 지역인재 채용 현황을 보이는 곳은 특정 지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주 혁신도시의 경우 공공기관 8개 중 의무채용비율을 채운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정규직 채용인원 1309명 가운데 지역인재채용 인원은 203명으로 평균 15.5%에 그쳤다. 8개 공공기관이 2015년부터 최근 6년간 정규 채용한 인원 중 지역인재 비율은 11.7%였다.

혁신도시들의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강원 원주혁신도시가 9.2%로 가장 낮은 지역인재 선발비율을 보인 가운데 울산 혁신도시는 10.2%, 전북 혁신도시는 14.2%, 경남 혁신도시는 15.5%를 각각 기록했다. 송 의원은 “2022년까지 30%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우는 것이 목표지만 관련 시행령이 의무채용 비율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에 그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차별이라는 반론이 거세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방인재 할당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이 7월 전국대학노동조합 의뢰를 받아 수행한 정책연구 과제에는 지방대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지방인재 우대 관련 현행 제도를 보완해 정부 목표치만큼이라도 지방인재가 채용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실렸다. 

임은희 대교연 연구원은 “서울이건 지방이건 그 지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인재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살아갈 여건을 지역이 마련해 줘야 한다”며 정치권의 50% 확대 발언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국회가 앞장서 법안을 만들고 추후 지자체 선거에서도 지역 내 요구를 받아들여 공약을 낼 필요가 있다”면서 “실효성을 위해 권고 이상의 (강도를 담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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