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입시 결과가 나왔다. 개중에는 예년 대비 20~30%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도 수두룩하다. 대학가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입시결과를 보면 올해도 대도시와 중소도시 소재 대학 간 모집 결과가 양극을 이룬다. 

그동안 정부는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대학 입학정원을 줄여왔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폭을 메꾸지는 못했다. 이미 대입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초과했다. 그 감소세가 멈출 줄 모르니 학생 부족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은 지역 군소 대학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학생감소라는 파고에 휩쓸려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폐교대학이 소재한 지역사회가 침체되는 것을 바라볼 때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발표되는 ‘지역쇠퇴지도’는 쇠퇴지역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대학폐교가 지역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쇠퇴를 앞당기는 인계철선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역대학은 그동안 지역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문화 진흥에 커다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가치 또한 막대하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 유지와 발전에 중핵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지역 내 대학 간 역할을 정립하지 못한 관계로 군소 지역대학의 어려움은 더해 가고 있다. 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현실과 유리된 정책으로 빚어진 결과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지역대학들은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에 사활을 건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평가에 뛰어든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게 정부재정지원사업은 그림의 떡이다. 지금 같은 평가방식이라면 지역 군소도시 소재 대학들이 일반재정지원사업인 혁신지원사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당국은 전국 단위 평가에서 오는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했다. 비수도권도 인접한 광역권을 묶어 하나의 평가권역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같은 권역에서도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평가가 어느 한 편이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핵심 평가지표로 활용되는 신입생 충원율의 경우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대도시와 쇠퇴를 앞두고 있는 군소도시 소재 대학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더욱 불공정함이 느껴진다.
이제 시야를 돌려 지역 내 군소대학의 기능적 필요성과 존재 가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대도시 소재 대학들과 비교해서 기본역량이 떨어진다고 이들 대학을 폐쇄의 길로 몰아가는 것이 현명한 정책인가 되돌아 볼 일이다. 이들 대학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질 좋은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제라도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지역균형발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기 바란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는 광역 차원은 물론 더 디테일하게는 기초 지자체 수준에서도 훨씬 밀도 있게 진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경쟁력이 없다 해 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을 금지하기 보다는 지역과 상생협력해 지역사회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기본역량진단으로 그 대학의 가치와 교육력을 모두 평가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역단위로 대학의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평가 틀을 바꿔 지역 군소대학들만의 리그를 다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서는 고등교육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역이 쇠퇴하고 공동체가 와해되며 상점들이 폐허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도시로의 집중화와 지역 공동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지역 소재 군소대학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지금 같아서는 역부족이다. 

지역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의 존재는 지역사회가 완전 공동체로 발전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대학을 살려야 지역이 살고 국가가 산다. 이 자명한 진리를 정책당국은 외면하지 말고 시간이 가기 전에 정책선회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을 지향하는 시점을 맞아 지역 군소대학도 지역사회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 바뀌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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