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의 ‘치명적’ 실수…일부 시험실 2개 주제 중 1개만 전달
기존시험 ‘전면 무효 처리’…동아대 “재시험 불가피, 전형료 전액 환불”
학부모·수험생 “재시험 부담 커, 대학의 부당한 처사”

동아대 승학캠퍼스 정문(사진=동아대)
감독관의 실수로 인해 이미 실시된 동아대 공예학과 실기고사가 무효 처리되고, 재시험을 치르게 될 상황에 놓였다. (사진=동아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동아대학교 공예학과가 이미 실시한 수시 실기고사를 ‘무효’처리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해 수험생·학부모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오롯이 감독관의 실수로 인해 전면 재시험이라는 불이익에 내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동아대는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하며 재시험 안내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억울한 처지에 놓인 수험생·학부모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동아대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2021학년 수시모집 예능우수자전형 공예학과 기초디자인 실기고사’를 무효 처리하고, 실기고사를 다시 실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시험장 세곳 중 한 곳에서 과제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해 수험생 간 같은 시험이 치러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25명을 선발하는 예능우수자전형 공예학과 실기고사에는 106명의 수험생이 참여했다. 본래 기초디자인 실기고사는 제시된 2개의 주제 조형물을 바탕으로 수험생이 5시간 동안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3개 시험장 가운데 1개 시험장에서 감독관의 실수로 주제 조형물을 1개만 제시하는 실수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이 문제를 비교 평가하는 과정에서 조형물 수가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험생들이 항의하자 동아대는 논의 끝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실기고사를 전면 무효 처리하고, 응시생 전원을 대상으로 19일 재시험을 치른다는 사실을 안내했다.

동아대 입학처는 “비상대책회의 끝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재시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1차 시험이 무효화됨에 따라 재시험에 응시해야 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사과하고 학교에서 정한 날짜에 재시험을 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전적으로 대학의 과실에 의해 재시험이 실시되는 만큼 동아대는 교통비와 전형료 6만7750원을 환불하기로 했다. 재시험 응시 여부와 관계없이 환불은 이뤄진다. 

대학 측의 발빠른 환불 조치, 재시험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험생·학부모들은 반발한다. 한 학부모는 “(재시험을 치르는 경우 다른 대학과) 입시 일정이 겹칠수 있다. 수험생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밀접 접촉자가 되면 시험을 못 치르게 되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수험생·학부모들의 불만은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특히, ‘중복일정’에 대한 우려는 설득력이 높다. 현행 대입제도상 실기고사 일정이 겹치는 경우에는 한 대학 응시를 포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동아대는 중복 일정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대 관계자는 “타 대학 실기고사 기간을 파악해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재시험 날짜를 정했다”고 했다. 

일정 문제가 없더라도 피해를 입은 수험생·학부모들의 반발은 그칠 줄 모르는 모양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재시험은) 기존에 시험을 잘 치른 학생들에게 있어 부담이 크다. 재시험이 실시되기 이전부터 실기고사 관련 내용이 회자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평도 나온다. 예년 동아대 미대 실기고사는 체육관 등에 수험생 전원을 모은 상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사실을 나눠 시험을 진행했다.

재시험은 19일 동아대 승학캠 예술체육대학 1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오후 2시에 세부 고사실 등을 수험생들에게 안내한다.

‘2021학년 수시모집 예능우수자전형 공예학과 기초디자인 실기고사’ 재시험에 따른 동아대 사과문(사진=동아대 홈페이지)
‘2021학년 수시모집 예능우수자전형 공예학과 기초디자인 실기고사’ 재시험에 따른 동아대 사과문(사진=동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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