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식기반사회, 국가 경쟁력 전제조건 '창의성' 필수
"'IDF 모형' 따른 상호작용 아래 창의성 최대치 달성 가능"
창의성 계발 위한 '훔볼트 이념' 되새겨야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전 교육부장관)이 ‘2020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창의성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 중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전 교육부 장관)이 ‘2020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창의성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 중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전 교육부 장관)이 12일 서울클럽에서 열린 ‘2020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창의성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문 회장은 현 시대를 ‘창의성의 시대’로 명명하고, 창의성 발휘를 통한 자아실현의 욕구가 높다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창의성을 확보해야 하기에 창의성의 중요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 회장은 “대학의 혁신 역시 학생들의 창의성과 긴밀히 연결되어있기에 창의성 계발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창의성의 조건으로 독창성과 유용성을 들었다. 유용성은 독창성이 문제해결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독창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유용하지 않으면 창의성이 없다는 것이다.

■“IQ 높다고 창의성 뛰어나지 않아” 창의성 관련 인식 전환 필요 = 문 회장은 창의성을 연구한 대표적 학자로 꼽히는 하워드 가드너(H.Gardner)의 연구를 언급하며 창의성의 종류에 대해 설명했다. 가드너는 ‘위대한 창조자’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문 회장은 가드너의 연구에서 창의성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IQ가 높으면 창의성이 높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며 “다중지능별로 각자의 영역에서 각기 다른 창의성을 발현한 대가들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창의성이 과학과 예술분야에서 유독 강조되는 것이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지적했다.

■소질 연마해 필드 적용해야 완성되는 창의성 =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성을 가르칠 수 있을까. 문 회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봤다. “지금의 교육은 창의적 훈련 프로그램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며 “칙센트 미하이와 가드너의 말처럼 다양한 체험과 몰입하는 습관이 창의적 인간을 만든다”고 문 회장은 주장했다. ‘인적 네트워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아이디어 공간’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문 회장은 가드너와 칙센트 미하이의 ‘IDF 모형’을 들어 창의성이 발현되는 구조를 설명했다. IDF는 특성(individuality), 영역(domain), 분야(field)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가드너는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개인의 지적능력과 창의성이 최대로 발현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문 회장은 “세 영역이 상호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개인의 소질을 찾아 적어도 10년은 한 분야를 꾸준히 배우고, 전문분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필드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드너와 칙센트 미하이의 ‘IDF 모형’을 토대로 창의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가드너와 칙센트 미하이의 ‘IDF 모형’을 토대로 창의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창의성 발휘 위한 5대 조건은? = 문 회장은 “요즘에는 창의성을 개인의 특성으로 보지 않고 ‘사회 특성’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언급했다. 창의성이 활성화되는 사회문화 체제가 특별히 있다는 말이다. 문 회장은 “가드너는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5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음을 짚었다.

가드너에 따르면, 창의성 발휘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강점 분야’를 파악해 집중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절정경험’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최전선의 문제’를 관심사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몰입’하는 습관도 길러줘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성취욕을 가질 수 있는 ‘숙성의 시간’도 필요하다.

문 회장은 “창의성 발현을 위해서는 개인의 소질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조직구조를 창의 친화적 분위기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창의성은 협동을 통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발현되기 쉽다. 이렇게 길러진 창의성이 도덕적인 방면으로 발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 위해 개혁하는 외국 대학들 = 문 회장은 창의성 계발을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개혁에 나선 사례를 들었다. 학과 장벽을 허물어 문제중심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전공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일본 게이오대를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연구비를 학교 평가에 따라 지원하지 않고,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교수 ’개인’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창의성은 인성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인성 개발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 회장은 “훔볼트의 대학 이념은 대학 교육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훔볼트는 교수와 학생이 연구를 매개로 이어져 있는 존재로 봤다. 교수는 연구를 통해 교육하고, 학생은 그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학습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와 학습이 분리돼 호기심과 열정이 길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문 회장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수의 연구활동을 국가와 사회가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며 “인류와 국가는 대학이 진정한 역할을 하는 만큼 진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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