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센터 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팀 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팀 팀장

‘공유대학’에 대한 각 대학의 논의와 물밑 탐색이 활발하다. 교육부는 9월 제15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공유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IoT·AR·VR과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등 차세대 신기술 분야 교육역량을 보유한 대학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대학 간 공유와 공동 운영을 지원한다. 주관대학과 참여대학은 모듈화 된 수준별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해 혁신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한다. 희망하는 학생은 전공과 관계없이 신기술분야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여러 대학이 가진 교육 자원과 연구 역량을 가상 또는 공동의 플랫폼에 모아 함께 활용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공유대학’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서울 총장 포럼에서 제안된 공유대학 모델, 용인지역 공유대학 모델, 개별 대학 간 이뤄진 교과목 단위 학점교류가 과거 공유대학 모델이었다. 이번에 제안된 모델의 특징은 전공단위로 이수하고 학위가 주어지며 기업체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있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통해 공유대학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이 사업에는 경남, 충북, 광주·전남 3곳이 선정됐다. 그 중 1곳인 경남은 제조 엔지니어링, 제조 ICT, 스마트공동체 등이 핵심 분야다. 지역 내 17개 대학과 대기업, 출연 연구소 등 49개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유형 대학 모델 USG(University System of Gyeongnam)가 설립된다. 참여 학생에게 교통·숙박·식비 등을 지원하고 소속대학 학위와 USG 학위를 공동 수여한다. 참여기업이 인력 채용 시 USG 인증을 고려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자체에서도 지역 산업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도비(道費)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와 대학, 지역 산업계가 어떤 하모니를 이룰지 자못 궁금하다. 덧붙여서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교육의 가능성과 결합은 기존의 실패 경험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묻는다. “계속 뛰고 있는데, 왜 나무를 벗어날 수 없나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달렸으면 벌써 나무를 벗어나 멀리 갔을 텐데….”

붉은 여왕은 답했다. “이 나라에서는 지금처럼 힘껏 달려서는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만 해.”

붉은 여왕의 가설은 적자생존 앞에 놓인 대학의 현실을 대변한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5G만큼이나 빠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간 경쟁 심화로 2배 이상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이 대학의 슬픈 현실이다. 새롭게 추진될 공유대학이 대학마다의 특성화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모멘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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