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기, 활동 위축…시간 지날수록 ‘학생 소통창구’ 역할 ‘톡톡히’
‘온라인으로도 잘 노는 세대’…다양한 언택트 행사 기획한 총학들
“취업난 심각화와 학생 자치 활동성 저하 연관, 피부로 느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위해 연세대와 고려대는 올해 2020 연고전은 전면 취소하고 '2020 언택트 교류전'을 마련했다. (사진=연세대 제공)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위해 연세대와 고려대는 올해 2020 연고전은 전면 취소하고 '2020 언택트 교류전'을 마련했다. (사진=연세대 제공)

“사실 코로나19 초기에는 ‘총학생회 뭐 하냐’는 비판도 많이 받았죠. 돌아보니 그 비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달려왔어요. 앞으로 온라인을 어떻게 더 활용할지, 오프라인 창구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임지혜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회 운영이 어느 때보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담담히 답변했다. 올해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거나 혼합수업 제도를 운영했다. 대면 활동이 주를 이루는 대학생 자치활동도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아갔다. 오히려 코로나19 때문에 희미해져가던 학생회의 존재 이유가 뚜렷해졌다는 평도 나온다.

■‘학생들의 목소리’ 학생회, 코로나19 속 드러난 존재감 = 올해 총학생회(총학)를 맡은 대표들의 첫 임무는 ‘학생 민원 창구’였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대학 새내기배움터와 오리엔테이션 등으로 임기 초를 시끌벅적하게 보냈을 터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대학들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학생회의 주 업무는 학생·학교 사이 행정적 업무와 갈등을 처리해주는 일이 됐다.

송다미 국민대 총학회장은 “계획했던 행사를 학기 초에 하나도 진행할 수 없어 힘들었다”며 “학우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 TF’를 만들고 학교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느라 바빴다”고 했다. 송 회장은 “학생들이 어디에다 의견을 말해야 할지 몰라 학생회에 코로나19와 관련 문의를 많이 해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총학이 처음부터 학생들의 소통창구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1학기 초 대다수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축제도 사업도 못 하는 상황인데 학생회가 왜 있어야 하나”, “학교랑 논의는 하고 있는 건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총학이 구성되지 못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활동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시선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총학들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 속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특히 ‘학습권 침해’로 판단되는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학생들의 의견을 총학이 나서 강력하게 피력한 대표적 사례로는 ‘선택적 패스제 요구’가 있다. 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은 성적 표기 여부를 학생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며 학교 측에 학생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집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외대 총학은 학번에 따라 등교 홀짝제를 시행하겠다는 학교의 ‘Switch 1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아 밤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들이 바탕이 돼 총학을 주축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결집되면서 특별장학금 등 등록금 반환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오희아 이화여대 총학회장은 “총학에서 등록금 반환 의견을 모으고, 전국대학생네트워크와 같은 연합체를 통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등록금을 일부 반환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총학은 학교의 ‘Switch 1 정책’(학번에 따른 등교 홀짝제) 형태에 반대하며 밤샘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한국외대 총학은 학교의 ‘Switch 1 정책’에
반대해 밤샘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온라인으로 다양화 추구한 대학 축제 =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1단계와 2.5단계를 오르내리는 중에도 총학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대학생활의 꽃’이라고 불리는 축제도 1학기에는 전면 취소됐지만, 2학기에는 온라인 방식으로나마 진행됐다.

‘연고전’으로 잘 알려진 연세대와 고려대의 축제는 10월 중순 동아리 교류전, 듀엣가요제, e스포츠 대결 등으로 꾸린 ‘2020 언택트 교류전’으로 대체됐다. 듀엣가요제의 경우 1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가 들어와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숭실대는 온라인 토크쇼 ‘랜선교양수업’을 기획해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을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 랜선교양수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동영상은 68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국외대는 온라인 축제인 ‘퀸크아트리아 플러스+’를 기획해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넷째 날  진행된 콘텐츠는 조회수 1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외대 커뮤니티에는 “축제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재미있다”, “고퀄리티다. 총학에 ‘유튜버 꿈나무’가 있나 보다”, “세상이 참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 총학의 기획력이 놀랍다”와 같은 축제 후기가 올라왔다.

한국외대는 장해영 정의당 의원을 초대해 토크형식으로 콘텐츠를 꾸몄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유튜브 캡쳐)
한국외대는 장해영 정의당 의원을 초대해 토크형식으로 콘텐츠를 꾸몄다. 한국외대의 언택트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유튜브 캡쳐)

■입을 모아 말하는 ‘학생회가 필요한 이유’ = 코로나19 속 바뀐 상황에 대응하며 총학이 활동하고 있지만 활동성은 분명 예전만 못하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는 총학이 있었다. 그만큼 각 대학 총학의 활동성도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학생들을 결집할 수 있는 공동의제가 적다. 취업난이 심해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민주적인 대학사회가 도래했어도 등록금 반환 이슈나 학생 인권 침해 사건 등이 존재한다”라며 “학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총학이 파편화된 학생사회를 결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총학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박철훈 서강대 총학 비대위원장은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며 “학교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체가 학생인데 학생회마저 없다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창구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움직임을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축된 단과대 단위 학생 자치활동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총학은 존재감이 남아있지만, 단과대 단위 학생회 활동은 전무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윤희 숙명여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학생 자치 활동이 단과대 단위로도 활성화돼야 더 많은 학생이 합당한 권리를 누리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이 ‘행정조직’의 편의에 의해서만 운영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해 학생 자치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먼저 총장선출에서부터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는 “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심기구로 언택트 상황에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이 학내 상황에 대해 학생들의 협조와 이해를 얻으려 할 때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학생회”라며, 학생 자치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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