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벤치마킹 보고서 공개

'고려대 신사유람단’이 풀어놓은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MIT, 하버드, 스탠포드 등 해외 선진대학들의 행정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돌아온 고려대 교직원들이 풍성한 보따리를 공개했다. 고려대는 지난 6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장급 직원 1백20여명을 미국·호주·캐나다 등 36개 대학으로 파견했다.‘벤치마킹 수행보고서’에는 이들이 선진대학을 시찰하면서 보고들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획, 교무, 학생, 학사, 지식, 대외·특수행정 등 총 8개 부문별에 걸쳐 정리된 이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더이상 개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르면 교육과 행정직제가 혼용돼 있는 대학 직제를 미국의 주요 사립대처럼 부총장 수준의 경영·관리조직과 교육조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요 보직자를 전원 교수로 임용하는 것을 바꿔 변호사, 회계사, CEO 경력자 등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고, 하버드대처럼 재정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회사(KU Management Corporation)를 설치하자는 것. “하버드나 예일대는 정년 보장 교수의 약 50%를 다른 대학에서 이미 연구업적이 검증된 저명한 학자를 초빙하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우수 교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되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될 만큼 세계적인 석학을 한두 명씩 영입하자”는 지적이다. 대학 자금의 경우 UC 데이비스 등은 외부 기관에 맡겨 운영하고 있고, 스탠포드는 수익발생시 성과수수료(1~1.5%)를 지급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도 보수적 운영에서 탈피해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발전기금은 모금과 관리, 운영부서를 통합하고, 단과대별로 모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부자에게는 학교 보유기술을 제공하거나, 재학생 인턴사원화, 졸업생 취업까지 상호 연계되는 예우 프로그램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호주 대학의 선진 사례도 소개됐다. 호주 멜번대는 IT관련학과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수익증대를 꾀하고 있으며, 모나쉬대는 해외 유학생 유치부터 교류까지 국제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 수입 전액을 학교에 돌려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호주 대학들은 대학건물을 문화재로 지정받아 정부 예산을 배정받고, 학교이름을 브랜드로 인식해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따라서 연수단은 대학 재정중 국고보조금이 2.7%에 그치고 있는 고려대 현실에서는 각종 컨설팅 사업과 연구역량을 확충해 연구비 수입을 증대시키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칼텍의 경우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수업을 편성하지 않고 체력단련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등 해외 대학들이 학생 건강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사례도 소개했다. 연수단은 △전문 카운슬러를 도입해 신입생들의 전공선택부터 직업선택 등 경력관리를 실시하고 △동창회와 지역사회를 위한 ‘지역사회 봉사실’, ‘교우협력실’ 등을 설치할 것 △유학생 유치 전문기구 설치 △향후 2백주년에 대비해 대학, 기업, 정부가 연계되는 종합연구단지 형태로 제2캠퍼스 부지를 확보하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1백주년기념사업추진팀 송인식 과장은 “우리의 경우 학교중심의 개교기념 행사가 치러지는데 반해 외국대학은 학생중심 행사가 많고,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면서“다채로운 지역주민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수단은 그룹별 토론회와 총장과의 대화 등을 통해 각 부서별로 개선점을 보고했으며, 현재 각 부서에서 시행계획서를 준비중이다. 학교측은 교직원 해외 연수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아래 내년부터는 연수대상을 일반직원으로 확대, 매년 40여명의 직원들을 파견할 계획이다. 고려대 교육연수팀 이석형 과장은 “학생들의 연수·유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달 말경 ‘해외 선진대학 방문기’를 단행본으로 펴낼 계획”이라며 “3개 지역별로 6명의 직원들이 집필에 참여해 학생들에게 해외대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