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교수협의회 새 회장 임상우 교수

서강대 임상우 교수(사학과)는 이른바 ‘민청학련 세대’다. 서강대 사학과 73학번으로, 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94년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현 학교법인 서강대 이사장)의 ‘주사파 발언’ 파동 때는 서강대 교수 신분으로 비판 성명을 냈다. 99년 이상일 당시 총장의 해임 때도 재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런 그가 최근 교수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임기 2년의 새 회장에 추대됐다. 서강대는 지금 입시부정 사건으로 물러난 류장선 총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문제로 내홍을 겪는 중이다. 임 교수는 “류장선 총장까지, 99년 이후 3명의 총장이 중도하차했다. 지배구조 모순에서 온 시스템 붕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회장을 맡았다. “쉬우면 재미없지 않겠느냐. 지금의 위기는 입시부정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10여 명의 예수회가 총장을 비롯해 학교의 주요 보직과 재단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예수회가 이중삼중의 지배를 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직이 예수회 신부가 아닌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사회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차의 비민주성과 독단성, 졸속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주라는 기간은, 위기를 맞아 재도약을 꿈꾸기에는 너무나 졸속한 일정이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그 중 한 명을 선임하게 되어 있는데, 그나마 있는 교수 투표권마저 박탈했다. 선출 절차와 방법은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했어야 했다.” ―이사회는 처음 시행하는 총장직 개방이고, 총장 유고라는 비상시임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포항공대나 고려대도 총장 유고를 맞아 1년 이상 심사숙고한 끝에 새 총장을 앉혔다. 정말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왜 그렇게 졸속으로 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짧은 시간 안에 밀어붙여 예수회 지배구조를 영속화하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후보추천위원회 19명 중 14명이 교수다. 투표가 아니더라도 교수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지 않나. “교수들은 단대별 특성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나머지 위원들(예수회ㆍ동문ㆍ직원 대표, 사회인사)은 아무래도 예수회 쪽의 의견을 많이 따르지 않겠느냐. 비슷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학들을 보면 교수 비율이 50%가 넘는 곳도 있다. 총장직을 개방한 대신 최후의 보루는 예수회가 쥐고 있는 셈이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 기간(12일까지)이 얼마 남지 않았다. “8일까지 단대별로 후보자추천위원 2명씩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전체 교수들의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후보자추천위 구성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부총장에게도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서 총장 선출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임기 중 어디에 역점을 둘 생각인가. “지금 당장은 새 총장 선출이라는, 워낙 큰 현안이 걸려 있어 정리할 여유가 없다. 전부터 생각해온 것은 교협 회원 확대다. 전체 교수 3백여 명 중 교협 회원이 2백20여명인데, 적어도 2백50명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생각이다.” 임 교수는 84년 교수협의회가 꾸려진 후 서강대 출신으로는 첫 회장이다. 스스로를 “예수회 교육이념의 아들”로 불렀다. “예수회 교육이념은 존중한다. 다만 예수회 중심의 재단이 아닌 학교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개방적 시스템으로 가자는 거다. 입시부정 사건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모범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밖에 없다. 총장은 그 하나일 뿐이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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