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령이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보다 높아 정부와 대학 행정 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독일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령은 27~30세로 다른 국가보다 4년 정도 많은 나이이다. 정부는 이같은 현상이 독일 대학이 세계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주된 요소라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졸업자의 평균 연령을 낮추기 위해 먼저 학사(bachelor)와 석사(master)제도를 구분하은 마스터 과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대학에서만 실시되고 있고, 졸업 후 구직이 힘들다는 이유로 학사 과정만 이수하기를 꺼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여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은 정규 학업보다는 졸업생들의 제2의 학업과정으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대학연합회(DHV) 회장 하르트무트 쉬더마이어는 지난 8일 열린 연합총회에서 "학사와 석사학위의 도입은 고용주들이 필요 인원을 수용하는데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학위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학위의 차별화는 양쪽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학장총회(HRK) 회장인 클라우스 란드프리드는 "대학 졸업이 단순히 학위취득만으로 잘못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며 "학위는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부산물일 뿐이며 고용주들은 디플롬 학위(독일의 전형적인 졸업제도)만이 아닌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졸업생을 필요로 한다"며 쉬더마이어 회장을 비판했다. 정부가 마련한 두번째 대안은 대학당국에서는 12~14학기를 넘어가는 지각 졸업자들에게 매년 5백~ 6백50 유로의 벌금을 추징하는 법안을 마련해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도 아직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벌금이 추징된 학생과 대학간의 법률 소송이 잦고, 일부 지방에서는 이 법안에 반발 폐기하거나 수정하기도 했다. 한편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조기졸업을 목표로 신입생들에게 기본시험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3학기까지 해당 전공 기초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은 강제 퇴학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공대에서 16학기째 수학, 화학, 기계, 전기, 생물학과 등을 3학기씩만 이수하며 전전하다 학교로부터 마지막 경고를 받은 크리스티안은 "화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수학시험통과가 어렵다"면서 "만약 이번에도 기본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교를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인문대에서 21학기째 수학중인 마틴은 전공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며 "너무 많아서 다는 기억을 못하지만 컴퓨터 언어, 영문, 독문, 프랑스와 이탈리아문학을 했던 것 같다. 현재는 마지막으로 언어학을 전공하고 있다. 학교에서 마지막이라고 경고를 했지만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학졸업이 늦어지는 이유로 대학당국이 너무 높은 평균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예로 쾰른 대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도기준 3백여개 대학의 졸업생 평균점수는 1.6 (한국기준 3.8-4.0/4.5만점기준) 이었다. 이를 전공별로 다시 살펴보면 화학과 1.5, 생물학과 1.3, 심리학, 수학, 물리학과는 1.4, 역사학과 1.6, 전산과 1.7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6년 이후부터 쾰른 대학의 졸업생들의 평균점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 대다수의 대기업에서 학생들에게 평균 2.0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쾰른 대학의 자체학생연합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평균점수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를 오래 다니고 있다며 "학업의 목적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만은 아니며 또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단순하게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독일 대학이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을 낮추기 위해 택한 방법들이 아직까지는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가 계속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해외통신원=온현정<슈트트가르트대학 전기공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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