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 고 정몽헌, 정주영 회장 각각 2,4위 랭크 "이채"

● 인물선호도(1) 정치 및 경제인들에 대한 대학가의 시선이 남다른 한 해였다. 노무현, 유시민, 김근태, 정동영, 추미애 등 개혁적 성향의 인물 일색으로 순위 모두가 채워지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정치 개혁을 바라는 대학가의 여망이 그만큼 절절함을 고스란히 방증 했다. 경제계는 남북교류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과 월드컵을 이끌었던 정몽준 고문 등 현대 정씨 일가 세 사람을 한꺼번에 순위에 올리는 파란이 연출됐다. 기업의 사회공헌도가 주요 잣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시인 한 번씩 바깥 세상에 나갈 때마다 반드시 마음 다칠 일을 만나게 된다. 나름의 자가해독법이 그래서 절실한가 보다. 마음에 스미는 독을 어떻게 다스릴 지에 대해 늘상 이야기하는, 명상시인이자 번역가인 류시화가 5년째 독주하고 있다. 올해는 17.9%를 득표, 1위에 올랐다. 이 즈음이면 류시화의 인기몰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도리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최근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모음집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개정증보판을 새로이 선보였다. 참으로 바지런한 시인이다. ‘서시’, ‘달을 쏘다’ 등 명편들을 남긴 바 있는 윤동주는 8.5%로 올해 역시 2위 자리를 지켰다. 류시화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나서 벌써 5년째이다. 윤동주라는 이름은 그저 우리에게 벗이나 스승의 모습으로 자리할 뿐 욕심이 없다. 김소월이 8.3%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위를 차지했다. 온화한 글솜씨로 대중을 위로하는 안도현(4.3%)과 ‘농무’의 시인 신경림(4%)이 새롭게 5위권 내로 진입했다. 지난해 선전했던 이해인 수녀는 멀찌감치 뒤로 쳐졌다. * 소설가 최근 ‘삼국지’로 맞불이 붙은 이문열과 황석영이 함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이채를 띠었다. 지난해 1위에 올랐던 이문열은 올해 역시 18%로 정상에 등극하며 문단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재차 확인했다. 반면 지난해 순위에 들지 못했던 황석영은 6.5%를 기록, 5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조조와 유비의 재대결을 보는 듯하다. 이문열과 역시 맞수 위치에 놓여 있지만 ‘컬러’는 전혀 다른, ‘태백산맥’의 조정래가 8.4%로 지난해와 같이 2위 자리를 지켰다. 문인들에게 더 존경을 받는 문인인 원로작가 박경리는 지난해에 비해 두 계단이 뛰어올랐다. 7.1%로 3위에 랭크. 상처를 통해서만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던가,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상재한 ‘한 말씀만 하소서’의 작가 박완서는 7%로 4위에 안착했다. 대하소설 혹은 긴 호흡의 작품들을 선봬온 중견 작가들의 선전이 유달리 빛을 발한 한 해였다. 지난해 3위를 기록한 김진명은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 운동선수 ‘아시아 홈런 신기록’ 달성 여부를 놓고 온 국민의 시선이 야구장으로 집중됐던 한 때가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재작성한 이승엽이 순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기세가 정상에까지 다달았다. 9.9%로 1위. 이승엽 신드롬은 단순히 야구 경기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의 사구 등으로 인해 출전하는 시합마다 응원석에 내걸렸던 ‘정정당당, 정면승부’라는 대형 플래카드는 대학가가 이 시대에 요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가 7.6%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위에 올랐다. 월드컵 이후 LA 갤럭시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포츠신문들은 일제히 ‘홍명보 코너’를 따로 마련해 두고 있을 정도. 두 명의 또 다른 축구스타 박지성과 안정환도 함께 5%를 기록하며 공동 3위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상위 5위권 내 축구선수가 3명이나 포진, 대학가의 축구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증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핵잠수함’ 김병현은 4.9%로 5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기염을 토했던 김남일, 박찬호는 순위권 밖으로 물러나 앉았다. * 아나운서/MC 여성이 독식했던 이 부문이 지난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류는 올해 역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오히려 더 견고해진 느낌이다.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가 7.5%로 이 부문 선두로 나섰다. 이제까지 ‘소프트’한 분야로 치부돼 오던 아나운서?MC부문에서 올해의 결과는 이례적인 사건이 분명하다. 손석희는 언론인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올라 ‘기쁨 두 배’를 누리게 됐다. 아나운서 생활 12년 만에 처음 정상을 밟아봤던 지난해 1위 손범수는 6.7%를 기록, 한 계단 내려앉았다. MBC 뉴스데스크의 콤비 김주하, 엄기영 앵커는 각각 6.1%와 5.9%를 얻어 3~4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인기도가 다소 주춤한 백지연은 올해 역시 5.7%로 5위에 랭크됐다. 백지연과 함께 정상을 다투었던 황현정은 올해 처음 순위권에서 탈락되는 비운을 맛봤다. * 언론인 독주가 따로 없다. TV와 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정상을 지켰다. 득표율 또한 32%를 기록, 12.3%로 2위에 오른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날카로운 사회 통찰력으로 2001년 대학가의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손석춘은 최근 들어 그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4위에 턱걸이하더니 올해는 두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최근 기자라는 본업 외 대학 강단과 집필활동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문읽기의 혁명’ 등 언론 관련 서적 뿐 아니라 ‘아름다운 집’, ‘유령의 사랑’ 등 장편소설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가 하면 현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 엄기영은 10.5%로 3위에 기록됐으며, 지난해 처음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백지연이 4%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4위로 상위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지금은 국회의원을 직함을 바꿔 단 유시민 의원이 3.4%로 5위에 자리했다. 대학가에서는 MBC 100분 토론 진행자로서의 유시민이 아직까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다. * 경제인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한 대학가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득표율 39%. 14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 가운데 최고의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경제계에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이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듯 보인다. 굳이 인물을 찾는다면 매년 상위권에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과 현대 정씨 일가 가운데 한 두 사람 정도. 그래서일까, 올해 경제인 순위 2위는 고 정몽헌 현대아사 이사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12.6%의 지지율을 나타내 남북교류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정회장의 모습이 학생들 뇌리에 상당 부분 각인돼 있음을 방증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역시 8.5%를 기록, 4위에 그 이름을 올려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11.7%로 3위에 랭크 됐으며,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은 여전히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9%로 5위에 오르면서 순위권에 합류했다. 이로써 올해 상위 5위권 내에는 현대 정씨 일가가 세 사람이나 포진되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 기업의 사회공헌도에 대해 새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 정치인 정치 개혁에 바라는 대학가의 여망이 가감 없이 드러난 결과였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됐던 이러한 바람이 올해의 경우 몇몇 개혁 성향의 인사들에게로 그 폭을 넓힌 것으로 읽힌다. 순위 5위 안에 든 이들 모두가 비슷한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지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학가의 애정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그 지지율이 지난해 30.7%에서 올해 24.8%로 다소 낮아졌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에서 국회의원으로 ‘전업’한 유시민 의원의 경우는 거의 파란에 가깝다. 14%를 획득, 곧바로 2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 역시 6.7%로 당당히 3위 입성에 성공했다. 예의 정동영, 추미애 의원은 각각 6.4%와 4.1%의 지지도를 보이며 나란히 5위권 내에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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