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 본지 논설위원, 포항공대 교수

최근 건설교통부에서는 수도권 이북에 4년제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발표를 하였다. 물론 건교부에서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서 수도권 대학 설립을 반대하고 증원도 못하도록 주장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연간 30만의 학사, 5만7천명의 석사, 7천2백명의 박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청년 실업자의 인구가 38만명이나 되는데 또다시 대학을 설립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김영삼정부때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발표된 이후 대학 설립이 쉬워져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4년제 대학만도 2백개나 된다. 그리고 대학원생을 포함해서 4년제 대학생수는 1백95만명으로 인구의 4.07%로서 미국, 캐나다를 제치고 인구비례로 세계 제일이다. 전문대학도 1백59개교에 재학생이 60만명이나 된다. 10년전에는 연간 졸업생이 3만5천명 수준이던 공과대학이 지금은 6만5천명으로 늘었다. 아무런 계획없이 공과대학 설립인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업에서는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며 신입사원을 재교육하는데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많다고 한다. 결국 분야별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인가를 했기 때문에 전자,컴퓨터,기계공학분야에는 사람이 부족하고 다른 분야는 남아 돌아가는 것이다. 자연 과학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수학 및 통계학은 연간 학사졸업생이 4천4백86명으로 일본의 3천7백61명,독일의 1천6백96명, 영국의 4천2백95명보다도 많다. 화학은 한국이 2천9백39명인데 일본은 2천1백49명, 독일이 1천9백55명, 영국이 3천2백85명이다. 물리학도 한국이 2천8백55명인데 인구가 우리의 3배인 일본은 3천7명, 인구가 6배인 미국은 3천4백41명, 영국이 2천4백50명, 독일은 2천3백53명이다. 이들 자연과학 분야 졸업생들은 대부분 전공분야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빠진다. 서울대학교의 이공계 학생 중 많은 수가 사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인문계통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연간 철학사 배출수는 1천2백59명인데 철학의 본산 독일의 경우는 4백10명에 불과하다. 독문학사는 한국이 1천8백4명인데 독일은 2천2백56명 밖에 안된다. 그대신 독일어 교사자격증을 받는 사람이 독일에 4천5백27명이 더 있다. 불문학도 비슷할 것이다. 1970년도에 대학 입학정원은 4만3천1백90명에 졸업생은 2만3천5백15명이었다.이것이 2002년에는 입학정원 36만3천6백9명에 졸업생은 30만명이다. 한편 대학의 재정은 극히 취약해서 국립대학의 경우 예산의 60%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데 사립대학 지원금을 포함해서 정부지원금은 1조 9천3백66억원으로서 교육인적자원부 예산의 8.7%밖에 안된다. 이는 하버드 대학이나 동경대학 예산보다 적은 액수이다.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50~90%이며 사립대 지출과 국립대학 지출을 모두 합해도 12조 2백17억원 밖에 안되어서 학생 1인당 경비는 6백16만 1천3백31원 밖에 안된다. 미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천9백불인데 사립대학 등록금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만불 정도지만 등록금은 연간 5백~7백만원 수준이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대학교육비 전액이 국고에서 지원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수준을 향상하려면 대학설립을 자제하고 교수 충원율이 70%이하인 대학에는 각종 지원을 줄이며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정부 예산을 늘려야 한다. 건교부의 결정은 번복되어야 하며 대학설립에 관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견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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