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본지 전문위원, 정치학박사

21세기는 무한경쟁시대이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등 각 개인의 사회적 경쟁도 녹녹치 않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하다. 국가경쟁력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나 개인간의 경쟁보다 훨씬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시아의 허브국가,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국정 과제 중의 하나로 제시했다. 국가경쟁력 없이 동북아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으로 국가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고 어영부영하다가는 당장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인구와 자원의 대국인 중국은 1971년부터 2002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이 8.5%로 세계1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기술과 경제력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은 여러 가지 지표로 우리와는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일본 인구는 약 1억 3천만 명으로 남한의 3배, 남북한 전체인구의 약 2배이며 면적은 남북한 총면적보다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은 명목GDP(2002년 기준)가 3조9천억 달러로 한국의 약 8.3배이며, l인당 국민소득(GNI)은 33,550달러로 한국의 3.4배이다. 수출은 4,160억 달러로 남한의 2.6배, 무역흑자는 796억 달러로 7.3배, 외환보유고는 5,568억달러로 4.2배,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318개로 4.6배이며 과학기술경쟁력과 직결되는 연구개발(R&D)투자비는 1,420억 달러로 한국의 무려 11.4배 규모이다. 이렇게 수치면에서 일본은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고 향후 가까운 미래에도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한국에 대해 부러울 것은 없다. 한국은 부존자원도 풍부하지 않고 노동력도 부족하다. 기술도 반도체나 선박 등 몇몇 부문을 제외하고는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볼 때 일본이 가지지 못한 것을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 경쟁력도 아니고, 합리적인 기업문화도 아니다. 바로 전 세계 157개국에 걸쳐 퍼져있는 거대한 한민족 디아스포라, 재외동포이다. 일본 내에서만도 재일동포는 65만 명이나 있고 귀화한 동포를 합친다면 백만 명을 넘는다. 재일동포는 파친코를 많이 하는데, 파친코가 일본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파친코에서 유통되는 돈은 일본 5대 자동차회사 매출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 이 파친코의 80%를 재일 한국인이 장악하고 있으니 가히 재일 한국인의 재력을 짐작할 만 하다. 흔히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것은 화교때문이라고 하는데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새마을운동을 전개할 때 경제적으로 재일교포들이 많이 원조해 줬다. 70~80년대 중화학공업을 일으킬 때는 미국교포들이 우수한 인력을 지원해 줬다. KAIST나 포항공대 설립은 그 산물이다. 90년대에는 중국의 조선족들이 노동력을 지원했다. 요컨대 재외동포들의 기여 없이는 오늘날의 한국경제가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고국와 재외동포간의 튼튼한 네트워크 구축망을 조국경제발전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CIS(구소련)지역에는 1백27개의 민족이 있는데 이중 고려인은 40만명에 이르지만 일본족은 없다. 중국에는 조선족이 2백만 명이지만 일본족은 없다. 바로 이것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우리의 자산이다. 당장 CIS나 중국지역으로 진출할 때 동포들이 있기에 우리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의 잠재력은 유대인 디아스포라나 중국의 화상네트워크에서 이미 봐 왔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동포의 힘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남북인구를 합쳐 7천만 명이지만 그 10분의 1인 7백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동포를 갖고 있다. 7백만 명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최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일, 재미동포의 경제력, 재미동포의 두뇌 그리고 재중동포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바로 여기에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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