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한’ 안줏거리 있습니다 “제대로 씹자 5.31선거”

먼저 동의를 구한다. 대학을 출입하는 기자들이여, 제발 주막촌 좀 그만 씹자! 나 역시 그러할 터이니. 기실 최근 몇 년치 신문을 펼쳐놓고 대동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본 바, 언제나, 반드시, 기필코 빠지지 않는 꼭지가 “캠퍼스 ‘술독’에 빠지다” “아아 통탄이로세, 대동제가 아니라 주(酒)동제일세” 등등의 대학가 음주문화에 대한 것이다. 대동제 음주문화가 가히 칭찬 들을만한 것은 아니다. 과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자, 가히 칭찬 받을만한 무슨 ‘뾰족한 수’를 동시에 내놔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저 공염불일 뿐. 언젠가 대동제 현장 취재과정에서 ‘카운트펀치’를 한방 먹은 일이 있다. 이수영 군이다. 당시 이 군은 고려대 경영학과 1학년을 마친 뒤 휴학 중이었다. “1년에 한두 번 캠퍼스가 주막촌으로 변신하면 안 된다는, 정해놓은 법이라도 있나요? 대학에서마저 여기저기 금 그어놓고, ‘무엇무엇은 하지 마세요’ 푯말 쾅쾅 박아두고 있잖아요. 이런 것 죄다 깔고앉아서 술 몇 잔 질퍽하게 마셔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 아니잖아요. 씹고 싶은 거, 제대로 좀 씹으면서 말이죠.” 그의 말이 옳다 생각했다. 아니, 더 적확하게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이해가 됐다. 그 때 이후 나는 ‘주동제’ 관련 기사는 쓰지 않는다. 나의 구호는 이것이다. “통탄해 해서도 안되고, 비웃어도 안되며, 혐오해서도 안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스피노자의 말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기존의 태도에서 약간 빗겨나, 주막촌 ‘안줏거리’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분명 엄청 욕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그게 뭘까?(너무 속 들여다보이는 문장인가. 뭐긴 뭐겠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이지!) 고액 등록금 문제 “너, 딱 걸렸어” 대학생들에게 5.31 지방선거가 ‘딱 걸렸다’. 학생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2005년 대학생들이 부담한 등록금 규모는 무려 8조원에 이른다. 올해 역시 ‘등록금 1천만원 돌파’가 각종 지면을 도배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역시 연일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이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등 소속 50여 개 대학 학생들이 ‘5?31지방선거전국대학생연대(상임대표 강정남 부산대 총학생회장)’를 결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고액 등록금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가 단연 핫이슈. 이를 20개 정책과제로 다듬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 유권자 선거참여를 꾀하기 위한 대학가 부재자투표소 설치 확대 주장은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겉으로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심 표심의 향배가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4월 21일 학생 대표들과 만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반응이 단적인 예. 정 의장은 현행 2천명으로 돼 있는 부재자투표소 설치 요건을 학생들의 요구대로 5백명 수준으로 낮추는 것에 적극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반면 교육재정 확충 등 학생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20개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대학원생들 역시 벌써부터 등록금 문제를 소홀히 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낙선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중앙대 등 7개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참여한 서울시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 앞으로 공식 입장과 높은 등록금 인상 방지 해법, 교육재정 확보 방안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묻는다 “해결책 갖고 있니?”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약자이기 마련이다. 적어도 유권자 앞에서는 그렇다. 여야 가운데서는 한나라당의 행보가 가장 민첩하다. 대학가의 여론을 반영,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 공약을 내놨다. ‘기부금 입학제’를 필두로 장학기금 창설, 사학 세제 혜택 등으로 4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현재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즉각적으로 야당의 선심성 공약이라며 공격하고 나섰으나 그렇다고 마땅한 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별도의 팀을 구성해 조만간 고액 등록금 해법 등을 발표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5.31 지방선거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에는 열린우리당의 강금설 전 법무부장관,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 등의 대결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열심히 욕한 당신, 찍어라! 단세포 수준에서 따져보면, 서울시장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가장 먼저 서울시립대의 모습부터 달라질 것이다. 전국 각 자치단체장은 해당 자치단체가 세운 대학의, 우리가 흔히 ‘학교 이사장님’으로 부르는 바로 그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이사장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그것은 각자가 익히 알고 있는바 그대로이다. 그리고 정치역학 운운하는 수준이라면, 5?31 지방선거가 향후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임을 굳이 밝힐 필요까지 없겠다. 이런 마당에 대학가는 대동제를 맞는다. ‘속에서 천불이 이는’ 대학생들이 ‘꼭지 돌아버리게 만드는’ 술을 앞에 마주하고 앉았다. 이후 장면들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진다. 대학인들이여, 목청 드높이 ‘즉석 성토대회’를 열든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들이붓든 두 가지만 기억해 달라. 이제 각 후보들이 세부 공약들을 쏟아낼 것이다. 포장마차 오돌뼈 씹듯 그리 자근자근 씹어보라(그렇다고 두주불사는 경계할 일이다.). 그런 다음, 열심히 욕한 당신, 찍어라! 이승호 객원기자 news@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