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수 연세대 법인 사무처장 >

2005년 정기국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김원기 국회의장의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중재안이 통과되었다. 이제 대통령이 법률거부를 하지 않으면 내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당에서 이번 개정에서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사학의 비리 예방이다. 그런데 사학의 비리 척결을 위해서 이번 사학법 개정이 과연 최선의 방책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첫째, 일부 비리 사학의 사례를 전체 사학에 확대 적용시켜 사학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건전한 사학까지를 비리 사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으며, 국가와 사회에 대해 사학의 기여하는 업적까지 부정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비리가 발생한 대학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련법(교육법·민법·형법 등)으로도 충분히 규제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여당측에서 법률 개정을 강행했기에 ‘사학법 개정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같다. 셋째, 교육행정 감독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나 지방교육위원회의 감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리가 드러났거나 파행운영되는 사학에 교육부가 개입하여 감사를 하면 될 것이며, 비리 예방교육이나 예방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또한 지금도 문제사학에는 관선이사(임시이사) 파송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이번 사학법 개정이 초래할 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는 전체 사학의 하향 평준화를 들 수 있다. 지금은 교육을 비롯해 모든 분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이다. 사학의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경쟁력도 동시에 제고해야 할 때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학법의 개정으로 모범적인 대학들을 포함한 사학 전체의 발을 묶을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쪽으로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 수준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4년 한 해 동안 해외유학 경비로 51억 5천 달러가 지출되어 교육서비스 수지가 OECD국가 중 최악이라는 통계와 삼성전자 휴대폰 1억 7천만대 팔아야 유학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은 우리 교육 경쟁력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낸다. 사재를 털어 교육사업에 헌신한 대부분의 사립학교 설립자들에게 국가가 물질적 보상은 못 해줄망정 명예를 빼앗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학경영자가 명예롭게 학교 경영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이 지원하고, 아울러 교사와 교수들은 평화롭고 신바람 나는 분위기에서 교육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율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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