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의 대학 총장인 정성진 국민대 총장은 오랜 검사 생활을 느끼기 힘들만큼 법조인하면 떠오르는 고정화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최고경영자.

취임직후, 정 총장의 이력에 내심 긴장(?)했던 교직원들이 한 달이 채 안돼 자진해서 돕겠다며 총장실을 찾아왔을 정도로, 대학 축제때는 노란색 티셔츠 차림으로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열창할 만큼 소탈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유'와 '질서'가 공유되는 따뜻한 캠퍼스를 만들자는 것이 대학운영 방침"이라고 밝힌 정총장은 "대학 총장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탁 가운데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그런 까닭일까. 인터뷰 서두부터 "구성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연 정 총장은"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학교 분위기가 평화로워 다른 대학총장들을 만나면 은근히 자랑하기도 한다"면서 국민가족들에게 공을 돌렸다.

-. 대학 최고 경영자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났는데 감회가 있다면.

"처음부터 대학에 몸은 담은 것도 아니고, 법조인으로 오래 있다가 대학에 왔고, 교수 생활 6년만에 총장이 되었다.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보람'과 '감사'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대학이 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일치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대학의 경우 구성원들간에 학교 발전에 대한 의지가 공유된 상황에서 민주적 행정 운영을 위해 옴부즈오피스 제도를 도입하고 새롭게 UI를 제정하는 등 도약과 발전을 위한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특히 구성원들의 협조에 늘 감사하고 있다"

-. 최근 UI(University Identity)를 제정하고 '도약 21세기 선언'을 천명했는데.

"그 동안 국민대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알리기를 너무 등한시해 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대학의 정체성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대학의 이미지를 체계적·능동적으로 알린다는 의미에서 새롭게 UI를 제정했다. 지난 1년여동안 UI 추진 과정에서 기초조사, 시안제작, 시안전시회, 최종안 확정에 이르기까지 많은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도약 21세기 선언'은 국민가족들이 대학 발전을 위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이를 계기로 다시금 마음이 모아지고 일체감이 고양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 국민대만의 차별화 전략은.

"차별화를 기반으로 한 대학 특성화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집중,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디자인, 경영정보(Business IT), 법학, 자동차공학, 예술 등 강점 분야를 특성화해 국민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있는 교육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좋은 교육환경과 우수한 교수진을 갖춰 차별화하자는 것이 '대학운영의 지침'으로 차별화 전략에 의한 대학발전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각 단대, 학부(학과)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대학발전모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자랑거리이다. 특성화 분야이외에도 각 단대, 학부(학과)별로 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교육면에서는'인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교과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 이번 2학기에 첫 수시모집을 시행하는데 우수 신입생 유치 전략은.

"궁극적으로 교육여건이 좋아지면 좋은 학생들이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교수진과 최첨단 교육시설, 차별화된 교육과정, 풍부한 장학제도 등 제반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오는 9월 기숙사 착공에 이어 종합복지관과 공학관 등 잇따른 건물 신축을 통해 북한산 국립공원과 조화를 이룬 자연친화적 최첨단 캠퍼스를 구축해 나갈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험생, 진학담당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학교 홍보를 강화하고 입시설명회와 조형실기대회, 영어·수학경시대회 등 각종 경시대회를 통해 우수 학생을 사전에 확보하고자 한다. 올해부터 연간 40명의 신입생들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주고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신입특전 장학제도를 도입, 운영중이다"

-.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 대학이 갖고 있는 지리적 여건을 십분 활용해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법과대 법률상담센터의 문호를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올해 처음 박물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체험문화 교실'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가을학기부터는 성인대상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스포 츠산업대학원 부설 웰니스센터에서는 지역주민에게 체력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예술관을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방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릉과 동숭동, 평창동을 연결하는 문화벨트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 대학 총장의 역할을 밝힌다면.

"대학 총장은 높은 자리도, 군림하는 자리도 아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탁 가운데 있는 것이 대학 총장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조정하고 설득하는 것이 총장의 본령으로 대학운영의 민주적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공감을 확대시켜 일체감을 갖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

□ 정성진 총장은 누구?

법조인 출신의 소탈한 CEO

경북 영천 출신인 정 총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회에 합격, 69년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서울지검 특수부장, 제주 및 대구지검장을 거쳐 지난 93년을 대검 중수부장을 끝으로 25년간 검사직에 봉직했다.

88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시절 경북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수학한 뒤 95년 9월부터 국민대 법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지난해 3월 국민대 제7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대통령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정 총장은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CEO이다.

<만난 사람=김광언 편집국장, 정리=조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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