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최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경제와 교육부문에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이유는 일찍부터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교육열은 사교육에 대한 과잉투자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교육학 전문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윌리엄 로우 보이드(William Lowe Boyd) 교수는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해 ‘교육열(Education Fever)’로 이름 붙이고 미국 고등교육을 ‘교육레저(Education Leisure)’로 비교해 설명했다. 5일 연세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세계화와 교육개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친 보이드 교수는 “미국의 교육기관들이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과 비교해, 아시아국가 특히 한국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지금의 경쟁력 있는 한국을 만들었으나, 지나치게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이드 교수는 “한국의 비자발적인 암기위주의 교육과 각종 시험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국제학업성취도 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교육제도가 지나친 사교육에 의존하는 문제와 부모들의 경제적인 과잉투자, 비 명문대 출신 학생들의 상대적인 박탈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교육기관들은 '과도한 방임'과 국가의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치기 힘든 구조 등의 이유로 최근 낮은 학업성취도, 수학과 과학 등을 잘하는 학생이 적다는 등의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보이드 교수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정부는 ‘낙오자 없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법안을 도입해 학생들이 매년 많은 시험을 치루게 하고 있으며, 시험 성적이 낮은 학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있다. 낙오자 없는 교육 법안에 따르면 미국의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낮을 경우 학교와 교육자가 그 책임을 지게 된다. 학업성취도가 낮을 경우 주정부는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 전학 또는 학교교육 대신 과외교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학교장을 교체할 수 있다. ‘교육개혁의 기대와 한계(The Promise and Limits of Education Reform)’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보이드 교수는 아시아와 영미권의 교육정책자들은 서로 교육제도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한계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이드 교수는 “최근 미국 교육학자들은 중국의 성장을 이끈 교육제도의 모방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중국의 과도한 시험, 획일화된 교육정책 등에 있어서는 미국의 교육제도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로이드 교수의 일문 일답. 미국의 대학들이 학생의 선발, 기부금 모금, 학생 증원 문제 등에 있어서 정부의 허락이나 통제를 받지 않는가? “미국의 대학들은 과도한 자율성을 갖고 있다. 대학이나 교원의 자질을 검증하는 기관도 있다. 미국은 자유시장경쟁의 원리에 따라 대학들간 경쟁을 통해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는다. 예컨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경우 주정부가 지원해 주는 돈은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부금과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자율권이 부여된 반면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짜야 살아남는다” 교육기관의 성공적인 개혁 사례를 소개해달라 “작은 학교를 지향한다. 큰 학교는 학생들을 일일이 돌보지 못하므로 낙오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소규모의 대학은 일대일로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경우 이 문제와 관련 내년 6월 관련 학회를 열 계획이다. 학교들은 미국의 학생들이 투자한 것에 비해 수학, 과학, 기술 등에서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학회들은 북미 이외의 국가의 논문 등에 관심을 덜 갖지 않는가? “범국가적인 교육문제를 다룬 경우 관심을 갖는다. 터키의 간호교육 시스템, 전국교육과정 등의 논문이 제출되었을 경우 너무 지역적이므로 거부되기도 하지만 몇 몇 학회는 이러한 지역적 특징을 갖는 논문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 학업성취도에 대해 학교가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낙오자가 없는 교육 법안 시행 후 교육책임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고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특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이러한 현상이 1~2년 간 개선될 기미가 없으면 구체적인 패널티를 준다. 우선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학교교육대신 과외교습을 받을 권리를 갖도록 한다. 또 주정부가 학교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 미국도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결방안은? "젊은 세대들은 영화, 비디오,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딱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영웅시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새로운 발명에 대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 것인지를 젊은이들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해외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유치한 것이 국가발전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등 적지 않은 아시아 출신 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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