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사키모토 타츠로 구마모토대학 총장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법인화 관련 법안을 연내 상정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법인화 논쟁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2004년 국립대학 법인화를 전격 실시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립대학 법인화가 사실상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법인화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공립대학에 법인화를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마모토대학은 일본 구마모토에 위치한 지방 국립대학이다. 도쿄대학이나 오사카대학과 같이 큰 대학이 아닌 구마모토대학의 입장에서는 법인화와 함께 이들 대학과 똑같이 경쟁선상으로 내몰리며 어려움을 겪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사키모토 총장은 “국립대학이란 미명 아래 나태했던 대학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학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됐다”고 말한다. 법인화 이후 구마모토대학은 그동안 등한시하던 해외에 눈을 돌리게 됐다. 해외의 대학들과의 적극적인 교류 체결과 유학생 유치를 위해 외국대학을 돌며 매년 포럼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중국 상하이대학에서, 그리고 올해는 한국 배재대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그는 국립대학 법인화를 앞둔 한국대학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일본 국립대학의 경우 총장이 이사장을 겸하도록 해 총장의 권한이 커졌다”며 “한국 국립대학도 총장에게 이사장을 겸하게 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 대학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재대에서 열린 ‘구마모토대학 한국포럼 2006’ 행사 참석차 내한한 사키모토 타츠로 구마모토대학 총장을 본지가 창간 18주년을 기념해 만나보았다. 다음은 사키모토 총장과의 일문일답. -법인화 이후 구마모토대학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 “예산문제다. 법인화 이전에는 국가의 한 기관으로 국가의 전체 예산에서 배정받았지만 이제는 구마모토대학 독자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일본은 현재 행정재정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어 여러모로 예산 문제에 어려움이 많다. 이런 점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생각은 있지만 민간이나 기업을 통해 기금을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게 돼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국립대학이라는 미명하에 나태했던 부분이 없어졌다. 재정, 예산확보를 위해 경쟁에 나서게 되면서 발전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해 대학 발전의 측면에서는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됐다.” -법인화를 진행하며 재정이나 교직원 지위 변화에 따라서 크게 문제를 겪지는 않았나. “재정과 관련해서는 국가와 아무런 마찰이 없었다. 국가가 모든 재산을 대학의 소유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교직원 지위 변화와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와서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파업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노동자’로 지위가 바뀌었기 때문에 파업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가 대신 해왔던 임금 문제도 이제는 대학이 나서서 직접 협상을 하게 됐다.” -한국 국립대들도 법인화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언을 한다면. “일본 국립대학 법인화의 특색 중 하나는 총장이 이사장을 겸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장에 힘이 실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총장이 이사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것이 대학을 경영하는 데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인화 이후 대학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생각하나. “도쿄대학과 같은 큰 대학과 우리 대학의 특수법인으로서의 출발선은 아주 다르다. 일본 내 87개 국립대학의 스타트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각 대학들이 대학의 특성에 맞는 형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지역연계대학으로 나뉘어 각 대학 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나서고 있다. 일률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도쿄대학, 오사카대학, 교토대학 등 큰 국립대학은 세계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나서고 있으며 우리 대학과 같은 중소규모의 국립대학은 지역과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도로 다가온 ‘전원대학입학시대’에는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전원대학입학시대’라고는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학생을 유치하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이 이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구마모토대학은 연구력과 교육역량을 강화해 우수한 대학을 만들어 ‘학생이 가고자 하는 대학 만들기’에 힘쓸 생각이다. 또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일부 국립대학은 그에 따라 ‘AO입시(일본 수시입학 전형 중 하나로 한국의 자기추천제와 비슷)’를 도입한 것으로 아는데. “구마모토대학은 실시할 생각이 없다. 미국 대학처럼 재정이 풍부하고 인재가 많다면 인터뷰를 해서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재능 있는 인재’를 고른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AO입시는 불가능하고 구마모토 대학의 입장도 이와 같다. 다만 일본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할 방법으로는 도입도 가능하다.” -그만큼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가. “현재 일본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시치고산(753·아이들이 3,5,7세가 되는 해에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일본의 전통행사)’행사에 빗대어 ‘시치고산(753)현상’이라고 부른다. 이공계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초등학교엔 10명 중 7명, 중학교엔 5명, 고등학교에 가면 3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공계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줄어들면 교원도 줄어들고 또 교원이 줄어드는 만큼 교원의 교육 역량도 저하돼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대학 내부에서 최근 들어 신입생들의 학력저하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AO입시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교육이 왜곡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의 수능시험인 센터시험에서 수험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면서 학력저하를 야기해왔다고 본다. 또 초중등학교에서 실시한 ‘유토리교육(일본의 열린 교육)’도 학력저하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국립대학 입시에서 센터시험 이외에 대학별 본고사를 별도로 치르는 것도 이 같은 학력저하를 어느 정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객관식으로 이루어지는 센터시험과 달리 글로 표현하는 문제가 나오면 학생 자체의 학력도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별 본고사에 대한 내 생각은 아주 긍정적이다.” -아베 신임 수상이 9월 학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재미있는 생각이다. 유럽지역과 미국대학이 9월 학기를 실시하고 있어 국제화의 의미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아베 수상은 4월에 고교를 졸업하고 9월까지는 인턴십이나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재미있다고 평가는 하지만 실제로 실시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구마모토대학도 3학기체제로 바꾸어 운영할 생각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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