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경주서 창립총회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전국 규모의 입학 관련 처장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협의회의 성격에 대해 참가대학 내에서조차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등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전국 1백10여개 4년제 대학 입학 관련 처장들은 지난 18~19일 경주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권영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안동대 총장)이 직접 참석, 축사를 할 만큼 관심을 모았다. 권 회장은 “학생 선발은 대학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학 간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경쟁관계에 매달려 있기보다 대학교육의 자율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일 중 하나”라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나라 대학교육 발전의 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축하했다. ‘100인 100색’이라는 소리를 듣는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전국 대학이 머리를 맞댔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창립총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현선해 서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입시는 지역에 따라, 또 개별대학에 따라 워낙 입장 차가 커 공통의 의견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다른 대학이 처해있는 고충을 듣고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협의회를 출범시키게 됐다”고 밝혔다. ◆‘관제기구 우려’ ‘대학의견 전달’ 전망 엇갈려= 그러나 첫걸음을 내딛은 입학처장협의회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협의회의 목적과 성격에 대해 참가대학 안에서조차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 협의회가 자칫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제기구’로 흐를 위험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지역 입학처장협의회의 의견을 대표해서 밝힌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지난 2일 전국 24개 국·공·사립대가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50% 이상 반영’을 예로 들었다. 김 처장은 “문구도 내용도 처음 논의와 달랐다”며 “협의회가 어떤 의견을 피력할 경우 전체의 주장처럼 비쳐질 수 있고, 정치적으로 왜곡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협의회의 목적을 ‘정보교환과 친목도모’ 정도로 하자”고 제안했다. 현선해 창립총회 준비위원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임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지역 입학처장들이 지난 3월부터 함께 모여 출범을 논의했다”며 “협의회는 어디까지나 의견이나 정보 교환이 목적이지 회원 대학에 구속력을 갖거나 관제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들은 ‘정보교환’보다는 조금 더 ‘센’ 역할을 주문했다. 이봉주 전남대 입학부처장은 “정보교환과 친목도모를 위해서라면 협의회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지난해 12월 7개 대학이 수시1학기 폐지를 발표했을 때 우리는 협의체가 없어 아무 말도 못했다. (필요하면) 의견을 낼 수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의 한 입학처장은 “이 회칙이 그대로 통과되면 입학 업무와 관련된 공통 의견을 모을 수 있는거냐”고 묻기도 했으며, 대전·충남지역의 한 입학처장은 “뭔가 발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용당한다 했는데 그렇게 겁을 낼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갑론을박 끝에 협의회 목적은 ‘대학입학전형제도의 발전에 대한 대학 상호간의 제반 의견 교환과 친목도모’로 정리됐다. 현선해 준비위원장은 총회 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대학마다 처한 입장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 모임이 교육부 입시정책에 공동대응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정보를 교환하고 같이 고민해 보는 수준이 끝나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 자율성’ 논란은 여전=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창립총회에서도 초점은 학생 선발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에 모아졌다. 18일 창립총회에 앞서 입학처장들과 비공개 자리를 가진 후 김광조 교육부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대학 입시는 중등교육의 완결판이기 때문에 정부가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2008학년도 대입제도는 그대로 간다는 점을 입학처장들에게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는 “입학처장들은 중위권 학생들에 대한 학생부 변별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대학들도 1~2점 차이로 학생을 뽑는 선발경쟁을 하기보다 잘 가르치는 교육경쟁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입학처장들도 이와 같은 큰 틀에 대해서는 동의를 표했다. 협의회는 19일 총회를 마치며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대입제도에 대한 입장’ 건의문에서는 또 ‘공교육 정상화 및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공동의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학입학전형제도의 개선·발전을 위해 교육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겠다”고도 밝혔다.
입학처장협의회는 그러나 건의문에서 “학생선발권은 대학의 고유권한에 속하므로 대학입시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현선해 준비위원장은 “큰 틀에서는 교육부 취지에 동의하고 따라가겠지만 그 안에서는 자율권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 준비위원장은 “대학들이 큰 테두리를 지켜주되 그 안에서는 어느 정도 자율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준다면 변별력 있는, 다양한 학생선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대학마다 처해 있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선발방식은 원칙적으로 그 대학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학처장협의회는 18일 창립총회에서 협의회 산하에 강원, 광주·전남·북, 대구·경북, 대전·충남·북, 부산·울산·경남·제주, 서울·경인지역협의회를 두기로 했으며,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서울·경인지역 협의회장이 초대 전국협의회장을 맡기로 결정했다. 서울·경인지역협의회는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창립총회 후 곧바로 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선출한다. 현선해 현 회장의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협의회장 5명이 부회장이 되며, 새 회장이 선출되면 그 가운데 수석부회장을 지명하게 된다. 감사는 정완용 경희대 입학관리처장이 맡기로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