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석 전자공학과 교수

“학벌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 ‘미국 명문 대학원 진학 프로젝트’를 얘기했을 땐 누구도 믿지 않았지요. 유학은 명문대생이나 부유층 자녀들이 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의 학벌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은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꿈이 하나둘 이뤄져 지금은 그 가능성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름없는 지방대 학생들을 지난 2년간 24명이나 미국 유수의 대학원에 진학시켜 화제가 된 조명석 강릉대 교수(전자공학)를 19일 만났다. 이른바 ‘SKY’ 대학생들도 어렵다는 미국 명문대학원 진학의 비결은 뭘까. 조명석 교수는 ▲철저한 전공위주 수업·학사관리 엄정화 ▲학생면담 대폭 강화 ▲원서 강의 및 영어집중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꼽았다. 조 교수는 “사실 모두가 알고 있고, 하고 있는 것들”이라며 “기본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처럼 조명을 받는다는 것이 어리둥절하다”고 덧붙였다. 끈질기게 하나의 목표를 밀고왔을 뿐, 숨겨둔 ‘비책’은 없었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학부교육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학부가 튼튼해야 대학원도, 취업도 잘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강릉대생들은 새벽까지 이어졌던 학부교육을 회고하며, 소위 명문대생에 뒤질 것이 없다고 자부했다. 견고한 학벌의 장벽을 뚫는 것은 내실있는 교육으로 길러진 실력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 강릉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은 고등학생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전공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그만큼을 메꿔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상위권 학생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쫓아오는 학생들을 늘려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면담은 오늘의 결과를 불러온 원동력이다. 조 교수는 “1시간 이상 수시면담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헌신적으로 매달리자 학생들도 숨겨왔던 열정을 드러냈다. 수능성적 배치표 하단에 위치한 강릉대생들이 ‘두번째 기회’를 잡는 데는 가족 같은 교수·학생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결정적이었다. 원서 강의와 방학중 하루 12시간 이상의 영어집중교육 프로그램은 ‘토익 200점대’ 학생을 미국 유수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조 교수는 “처음엔 학생들이 따라오기 힘들어했다”며 “꾸준히 밀고 나가다보니 성과가 보여 자연스레 면학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 설명했다. 정성을 기울인 제자들이 연락해올 때 가장 뿌듯하다는 조명석 교수. 그는 “이공계의 위기도 결국 취업난과 처우 문제 탓”이라며 “과도기적 상황에서 ‘글로벌 인재’로의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입학자원이 우수하다 할 수 없는 강릉대생들의 성공 사례가 학벌 중심주의의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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