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여름오는데 배탈날까봐"…총학생회 "형평에도 어긋난 처사"

서울대가 20년 넘게 학교 안에서 간식거리를 팔아온 '김밥 할머니'의 영업을 금지시킨 것을 놓고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는 학장단 회의를 열어 교내 '해방터' 광장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안병심(73) 할머니의 영업을 금지키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안 할머니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부터 20년 넘게 서울대에 자리를 잡고 학생들에게 김밥, 꽈배기 도넛, 튀김 만두 등을 팔아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로 통한다. 그러나 인문대는 안 할머니가 학교에서 무허가 상행위를 하고 있어 교정에 다른 잡상인을 불러들일 수 있는 데다 점차 더워지는 날씨에 위생 검증을 받지 않은 음식을 학생들이 사 먹고 배탈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문대는 행정실 직원을 보내 좌판 철거를 요구하고 본부 청원경찰을 시켜 안 할머니를 학교 밖으로 쫓아냈다. 안 할머니에게 이런 시련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겨울 단속 나온 교직원들을 피해 도망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고 추위와 비바람을 피해 중앙도서관 통로로 자리를 옮겼다가 도로 인문대로 쫓겨 나기도 했다. 안 할머니는 "큰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손자 같은 학생들 요깃거리 만들어 주려고 10년째 같은 값으로 팔고 있다. 20년 넘게 정든 교정을 떠나라고 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조치에 즉각 반발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종주(인문대 05학번)씨는 '해방터'에 붙인 자보에서 "가뜩이나 식당이 모자란 마당에 음식 배달도 금지하고 바쁜 학생들에게 김밥을 파는 할머니마저 쫓아낸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성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무허가 영업이 문제라면 관악산 기슭의 가건물에서 영업하는 '솔밭식당'이나 입학식ㆍ졸업식 때마다 교내에 장사진을 치는 포장마차 등은 왜 그냥 놔 두는가"라며 형평에 어긋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문대 관계자는 "안 할머니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교내 질서와 학생들의 안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인문대에서만 영업을 못 하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학교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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