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최고의 교수는 주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며 강의를 진행한다. 그들은 강의라는 형식을 통해 학생들과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탐구하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종전의 잘못된 인식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오도록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지원자 역할을 한다.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상식이기에 나도 그들처럼 질문을 던지면서 강의를 멋있게 시작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당황스럽고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뛰어난 교수들이 사용하는 교수법에 따라 학생들에게 교재와 관련 자료를 읽고, 고민을 하고, 질문거리를 만들어오도록 과제도 부과하였다. 그런데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강의 받을 준비를 해 온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더니 불과 몇 명만 손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최고의 교수로 소개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했더니, 학생들이 교재를 읽어오지 않고, 강의 받을 준비를 해오지 않는 데에는 교수의 책임이 더 크다는 답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학생들이 철저히 준비를 한 후 강의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요구(가 담긴) 강의계획서(demanding syllabus)’가 아닌 ‘약속(이 담긴) 강의계획서(promising syllabus *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 글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 준비, 매 시간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사례와 질문 준비,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관계, 논리와 이성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학습경험 제공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면담과정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었다. 열정이 어디에서부터 오느냐 물었더니, “이렇게 재미있는 탐구 주제를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나의 대학 시절을 회고해보니 대다수 교수들은 첫 시간에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역설하면서 열심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교수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면 “모두 자기 과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럼 누구 것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야?”라는 농담을 친구들과 주고받던 기억이 있다. 나는 누구의 과목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가? 가르치는 교수가 해결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왔던 질문을 학생들이 자신의 질문으로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었던 교수는 어떤 교수였던가? 켄 베인은 슬라브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의 말을 인용,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은 전공분야를 제대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 안에 있는 신 혹은 악마의 부름에 따라 선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이 온 마음과 영혼, 온 열정을 다 바쳐 그 학문을 대하는 것을 학생들이 본다면, 그들은 반드시 거기에 열렬히 반응할 겁니다.”(Bain, 2004: 36) 우리의 가르침에 학생들이 열렬히 반응하기를 기대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우리 자신의 열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 반응의 정도는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교수의 열정 정도를 넘어설 수 없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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