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2학년 1학기 마친 후 선택해야

`고시ㆍ취업준비 열풍'에 따른 전공 기피 현상에 시달려 온 서울대 인문대가 학생들의 조기 전공 선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서울대 인문대는 최근 학과장회의를 열어 인문Ⅰ(어문계열)과 인문Ⅱ(역사ㆍ철학계열) 학부생 모두 입학 후 3학기 내에 전공진입을 신청토록 의무화하고 인문Ⅰ의 학과별 정원을 고정키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규정에 따라 학생들은 2학기 24학점을 이수한 뒤 전공진입을 신청할 수 있으며 3학기 36학점을 이수하고 나서는 반드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는 인문Ⅰ의 경우 2학기, 인문Ⅱ의 경우 4학기를 마친 뒤 전공진입을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전공 선택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많았다고 인문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미루려는 것은 고시 공부, 전과, 재수 등을 준비하거나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소위 `인기학과'에 진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인문대는 분석했다. 김창민 인문대 교무부학장은 "심지어 일부 학생은 4학년 때까지 전공진입을 하지 않고 방황하고 있다"며 "전공진입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미충원 학과에 강제 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대는 이와 함께 학과별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학생 과밀ㆍ과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학과별 인원을 고정했다. 이에 따라 학과별 정원은 영문과 28명, 국문과 25명, 중문과 22명, 다른 학과는 15∼16명으로 정해졌으며 신청 인원이 많더라도 최대 학과 정원의 120%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다만 인문 Ⅱ의 역사ㆍ철학 계열 학과는 전공진입 신청이 비교적 고르게 이뤄지고 있어 따로 정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인문대는 2002년 모집단위 광역화를 실시한 뒤 전공선택 과정에서 학과별 쏠림 현상이 심화되자 불문ㆍ독문ㆍ서문ㆍ노문ㆍ언어ㆍ종교학과 등에 대해 입학하기 전부터 미리 일정 인원을 배정해 두는 `전공예약제'를 실시한 바 있다. 김 부학장은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영문과와 중문과 등이 전공진입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인원을 제한해 왔지만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전공진입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 바에는 예전의 학과별 모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인문대 학생회 등의 지적에 대해 "광역화 모집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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