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맞아 M군에게 보내는 편지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Vergessen nicht und Erinnern!)” -베를린 교외 <작센하우센 Nazi수용소> 정문에 새겨진 글 M군! 1980년 5월, 우리는 ‘오월광주’를 탄생시켰습니다. 민족분단의 사생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군부의 소위 ‘광주학살작전’에 대적하는 항쟁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엄청난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5·18’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통일의 장을 열어주었습니다. 민족사의 저 광활한 지평선에 민주·자주평화통일의 횃불을 밝혀준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그 값진 희생으로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나무가 이만큼이라도 드높이, 푸르게 자라게 했습니다. 오월에 흘린 피는 그래서 1987년 ‘6월항쟁’을 촉발시킨 역사적 에너지요 찬란한 민족혼으로 거듭났던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M군! 한반도 남녘 땅 빛고을 광주 전체가 바다처럼 출렁대던 오월 그 날을 통해서 이 땅 우리들이 왜 ‘하나’이어야 하는가, 왜 통일되어야 하는가를 실로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12·12반란에 이어 5·17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이 2만여 명의 군인들을 투입시켜 ‘총구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자 이국의 병사들처럼 길길이 날뛰었지만 시민들끼리는 ‘네 것 내 것’이 없었던 아름다운 대동세상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서로 나눠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앞으로 나아가며 불의와 맞닥뜨려 싸웠던, 옛 시절 두레공동체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1980년 5월의 광주는 시민들 모두가 만들어낸 커다란 ‘민중종합예술’이었습니다. 우리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공동선(共同善)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독일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께서는 그래서 조국의 제단 앞에 마지막 헌사처럼 ‘광주여 영원하라’는 오케스트라를 ‘오월광주’에게 바쳤던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통일운동에 온몸을 바친 젊은 영혼들! 그래서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라는 경구가 말해주고 있듯이 오늘 이 땅에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아름다운 청춘들’을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뜻을 보다 뜻있게 되살려나가며 참된 역사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1980년 5월 그날 이후 이른바 ‘계속된 오월투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도 다시 한번 불러 보고 싶습니다. 노동자 김종태, 부산인권운동가 임기윤 목사, 서울대 김태훈, 고려대 김두황, 고려대 이윤성, 경원대 송광영, 구로공단 노동자 박영진, 농민 오한섭, 전남대 박관현·신영일, 서울대 김세진·이재호, 목포전문대 강성철, 서울교대 박선영, 노동자 표정두,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서울대 박종철과 연세대 이한열, 부산대 장재완, 건국대 진성일, 재수생 이경환, 단국대 최덕수, 서울대 조성만, 노동자 홍기일, 옥포대우조선소 이석규, 서울대 이동수, 국민대 강경대, 전남대 박승희, 조선대 이철규, 고등학생 김철수........ M군! 참으로 그랬습니다. 이들 젊은 넋들이 ‘5·18정신’을 다시 일으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들이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까지 외친 슬로건을 함축한다면 ‘오월에서 민주주의로! 오월에서 통일로!’였습니다. 이 말은 오늘 역시 우리들 모두의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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