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정과제'와 대학 발주 '정책과제' 심사 절차 없어

양현수 충남대 총장의 자진사퇴를 부른 정책연구비 집행 부정 의혹 사건이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책연구비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사 태풍이 몰아칠 경우 비슷한 부정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감사를 벌이는 사립대 보다는 국립대의 정책연구비에 대한 감사가 더욱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세금 낭비' 논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6일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 기관의 정책연구 과제 중 지정과제와 개별 대학이 발주하는 정책과제의 경우 별도의 감사절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등 정부 기관이 발주하는 정책연구비의 경우 크게 연구자들이 경쟁을 거쳐 따내는 공모과제와 해당 분야 권위자를 임의로 지정하는 지정과제로 나뉜다. 공모과제의 경우에는 그나마 교육부 등 연구용역 발주 기관의 내·외부 심사위원회가 1~2차의 심사를 벌이지만, 지정과제의 경우에는 내부 논의만을 거칠 뿐 별도의 심사 없이 연구비가 집행됐다. 대학본부가 발주하는 정책과제의 경우에도 형식적인 검토가 이뤄질 뿐, 연구비 집행 부정이 일어나더라도 충남대의 경우처럼 내부 제보가 없을 경우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는 3~4년 만에 받는 종합감사에서도 정책 연구비에 대한 감사는 형식에 그쳐 연구부정을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의 경우는 자체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리 가능성이 적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비 중 개별 대학이 집행하는 과제의 경우에는 상시적인 감사 없이 대학측에 감사를 일임하고 있다"며 "3~4년만에 한번 받는 종합감사에서도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립대의 경우 대학본부에 감사 담당자가 있지만, 교육부의 종합감사가 있을 경우 단순하게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 사립대처럼 상시적인 감사 기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교수들도 이번 충남대 정책연구비 파문과 관련해 다른 대학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감사시스템의 부재를 꼬집었다. 모 국립대 교수는 "외부 기관이 주는 연구비의 경우 해당 기관이 심사를 하지만, 자체 연구의 경우에는 대학 본부 스스로 자체 감사를 벌일 뿐 외부의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충남대의 경우 총장이 드러내놓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교수를 연구자로 배정한 것으로 알려져 깜짝 놀랐다"며 "대부분의 대학들은 총장의 재량권이 있어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연구비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검은 이번주 초부터 양현수 충남대 총장의 비리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교수 10여명을 검찰에 소환해 장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무상 배임과 수뢰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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