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공사·기부 단계서 이중과세

대학가에 민자기숙사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관련 세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부가세가 이중 부과되고 있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특히 사립대가 민자기숙사 건설에서 활용하는 BTO(Build-Transfer-Operrate) 방식에서 이 같은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TO방식은 민간사업자가 기숙사를 완공한 뒤 소유권을 대학에 이전하고 일정기간 동안 기숙사를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최근 기숙사를 건립했거나 건립 중인 건국대, 경희대, 서강대 등이 모두 이 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했다. 문제는 기숙사 건축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에 대한 부가세를 납부하고도 이후 기부채납 과정에서 또다시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부채납’을 ‘거래행위’로 간주=지난해 8월 민자기숙사를 완공한 건국대(서울캠퍼스)의 경우, 총 공사비 400억 원과 함께 부가세 40억 원이 투입됐다. (주)산은자산운영이 총 440여억 원을 부담, 기숙사를 준공하고 이를 건국대에 기부 채납했다. 특수목적회사(SPC)인 ‘건국대 기숙사유한회사’가 향후 15년간 운영권을 취득해 투자원리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이런 기부채납 행위를 ‘거래행위’로 간주, 향후 45억 원 정도의 부가세를 추가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 관계자는 “기숙사 건축 과정에서 부가세를 포함한 총 사업비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기부채납 받은 학교가 민간사업자로부터 토지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인식돼 또다시 부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때문에 기숙사비 상승이 불가피해져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1월 국세청에 질의해 최근 회신을 받았다. 국세청은 “학교법인(토지 소유자)이 자기의 토지 위에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건물을 신축해 일정기간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토지의 임대에 해당한다”며 “부가가치세법(제7조 제1항) 규정에 따라 부가세가 과세된다”고 답했다. 민간이 건물을 짓고 학교가 이를 임대해 쓰는 BTL(Build-Transfer-Lease)방식에서도 부가세 이중 과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가 운영수익이 나지 않아도 임대료를 줘야하는 부담 때문에 기숙사 건설에서는 BTO방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부가세 이중 부과는 현재 BTO방식으로 기숙사를 건축 중인 경희대와 서강대도 고민하고 있는 현안. 올 12월 완공을 목표로 민자기숙사를 짓고 있는 경희대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500억여원의 공사비를 투입했지만, 기부채납에 따른 부가세의 추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서강대도 부가세가 포함된 총사업비 410억 원을 투자했지만, 세법상 부가세가 또다시 납부될 것이라며 이중 과세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민자유치 활성화 취지에 어긋나”=이에 따라 대학들은 부가세가 이중 부과되고 있다며 해당 세법인 조세특례제한법(106조 1항 8조)의 개정 또는 포괄적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개정, 지난해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106조 1항 8호)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이나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자의 추천을 받은 자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4조 1호)’의 방식을 준용해 건설된 학교시설(고등교육법 2조에 규정된)을 이용해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BTO방식에 의해 지어진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기숙사 비용에 부가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대학들은 민간사업자가 기숙사를 짓고 학교에 기부채납한 뒤 운영권을 가져갈 때에도 부과세 면세를 확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건국대, 경희대, 서강대 등 9개 대학 총장들은 재정경제부에 ‘조특법 상 사립대학이 민간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세가 과세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등 부과세 면세를 요청하고 있다. 재경부 부가가치세제과 관계자는 “사립대 민자 사업에 부과되는 부가세 관련 질의가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고 이에 대한 해석을 유보했다. 대학들은 부가세 이중 과세가 민간사업자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립대 BTO사업과 관련한 한 민간사업자는 “부가세 이중 과세로 사학에 투자하는 민간사업자의 투자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초 조특법의 부가세 면제(106조 1항 8조) 부분은 교육부가 2005년 초 사립대 민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개정됐다. 이같은 점에서 부과세 이중 과세 논란은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학가 관계자는 “관계당국이 조특법을 개정할 때는 분명 대학에 투자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려던 것인데, 기부채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세 부분을 누락시켰다”며 "기부채납과정에서의 부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특법 개정 요구 제기=이와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월 사립대학 재정관리자협의회(회장 이기형)에 민자유치 세제개선방안을 연구의뢰했다. 재정관리자협의회 주영복 부회장은 “사립대가 BTO 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해 SPC를 설립한 경우 부가세를 이중으로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중 한 쪽을 면세해야 한다는 쪽으로 보고서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한술 더 떠 현행 국·공립대에 적용되고 있는 세제혜택을 사립대까지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대학 민자사업관련 법령개정(안)’을 준비중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사학진흥재단 개정안에는 국·공립대에만 적용하는 영세율 혜택을 사립대까지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담겨있다. 조특법(105조 1항 3의2)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는 시설·용역에 한 해” 영세율 혜택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사립학교’를 포함시켜달라는 것. 사학진흥재단의 개정(안)은 “사립학교도 국가가 제공해야 할 공공재인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영세율 혜택이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도 오는 5월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부과세 이중 과세 부담을 해소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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