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병 치료 새로운 길 열었다”

한양대 정보통신관 909호. 이상경(응용화공생명공학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을 때, 이 교수는 전화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파킨스병을 앓고 있는 환자 보호자의 전화였다. "임상실험에라도 참여하겠다"는 애절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기자가 찾아간 이날 하루에만도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20여통 받았다고 했다.

그가 뇌 질병 치료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던 '혈액뇌장벽(BBB:Blood Brain Barrier)' 을 통과할 수 있는 전달물질을 발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면서부터다. 


혈액뇌장벽(BBB)은 뇌에만 존재하는 모세혈관으로 투과성이 없어 대부분 수용성인 치료 약물을 뇌로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뇌의 보호장벽.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장벽으로 인해 뇌 관련 질병 치료에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하버드대 의과대학 샹카, 스와미 교수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혈액세포를 통과한 siRNA의 뇌세포 도달'(Transvascular delivery of small interfering RNA to the central nervous system)에서 이 '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RVG펩티드'란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 18일자 미국 네이처 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교수팀이 발견한 'RVG펩티드'란 물질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기관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장벽을 뚫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기관차 뒤에 나노기술 등을 이용, 치료약물을 '객차'처럼 연결해 혈관을 따라 뇌로 주입할 수 있다.


뇌 치료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의미가 크다. 이미 뇌 치료와 관련해 개발된 약물을 뇌로 직접 전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약물이나 유전자 치료 등의 임상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뇌염 바이러스와 광견병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하다 쥐의 뇌로 통하는 결합부위를 찾아낸 것이 연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 치매와 파킨스병 등 뇌 관련 질환을 연구하고 있는 하버드 의대와 함께 이들 병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요즘 인문계와 자연계의 융합문제가 자주 거론된다"며 "이런 학제간 융합도 필요하지만, 이공계내에서 인접 학문간 융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학공학, 약학, 생명공학 등 이공계 분야의 각 전공간 상호결합이 이뤄진다면 인간 생활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질병치료와 관련된 분야에서 보다 나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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