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철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교수는 집에 가면서 학생한테는 공부하라니, 그래서 되겠나?” 권철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우선 교수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일어나서 깨우는 정신’이다. 권 교수는 이를 위해 연구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주 6일 숙식하며 생활한다. 월요일 아침 연구실로 ‘출근’해 토요일 저녁 집으로 ‘퇴근’하고, 일요일만 집에서 ‘휴식’한 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연구실로 나온다. 1986년부터 시작한 생활이 올해로 20년째. 그동안 160여명의 제자가 권 교수 밑에서 배웠다. 함께 숙식하며 강도 높게 공부하다보니 학습량에서 다른 학생들과 비교가 안 된다. 대기업이 기다렸다가 연구실에서 졸업하는 제자를 ‘모셔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권 교수는 제3회 교육대상 대학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제정한 교육대상은 우리시대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코자 마련한 상으로, ‘제자 사랑’과 ‘교육발전 공헌도’가 가장 큰 평가요소다. 올해 초등·중등·대학 등 7개 부문에서 총 106명의 후보자를 추천 받아 2차례 심사와 현지실사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 대상 1명·각 부문별 7명 등 총 8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권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는 일은 ‘입산수도(入山修道)’를 본 따 ‘입실수도(入室修道)’라고 불리는데, 수업방식이 ‘지옥훈련’이라 할 만큼 혹독하다. 학부 수업이 오후 10시가 넘어야 끝날 정도다. 권 교수가 가르치는 ‘연구개발경영공학’이 독립학과가 아니라 4년 과정을 2년 내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세미나를 이어가며 다음 학기 분량을 한 달 만에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대학원의 ‘여름방학 지옥세미나’는 특히 대학 안팎에서도 유명하다. “수업 30분전 반드시 ‘열정’이나 ‘도전’을 주제로 마인드 트레이닝을 한다.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연구도 잘 할 수 있고, 거친 세상을 헤쳐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새 젊은이들 끈기가 없다, 버릇이 없다고들 하지만 제자들이 잘 따라와 줘 대견스럽다.” 집단 숙식학을 시작할 때 아내에게 “1년만 하겠다”고 했던 것이 5년이 됐고, 10년이 넘어 이제 20년째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10년이 지난 후 성과를 돌아보니 이건 정말 내가 계속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20년까지 왔다”고 말했다. ‘특별한 제자사랑’과 ‘따라와 준 제자들’이 권 교수를 20년 동안 끌어온 셈이다. 권 교수의 꿈은 일본 ‘마츠시다 정경숙’과 같은 국가양성소를 세우는 것이다. 이 양성소는 21세기 일본의 지도자를 만들어낸다는 목표 아래 집단 숙식학 체제를 갖춘 곳으로, 1년에 20명씩 뽑아 혹독한 정신훈련과 종일 세미나·학습 등을 진행한다. 현재 이 곳을 나온 70% 정도가 참의원이나 중의원 등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권 교수의 정년은 3년 밖에 남질 않았다. 정부나 기업 후원도 없고, 학교에서는 ‘연구개발경영공학’ 전공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상을 받아도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권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국가 주도로 집단 숙식학 체제를 갖춘 양성소를 세우든가 대학 내에서 한 두 개씩 세워서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 대학이 몰려오는 지금 현실에서 집단 숙식학 체제는 뛰어난 인재 양성을 위한 하나의 탈출구”라며 “남은 여생 동안 집단 숙식학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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