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ㆍ사립대가 서울대 이용해 `대리전' 공방" 해석

서울대가 교육부에 정면 반기를 든지 하루만인 18일 `내신 논란'에 대한 추가 대응은 없다며 몸을 낮춘 것은 서울대를 이용해 교육부와 사립대가 서로 상대를 압박하는 `대리전' 양상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17일 2008학년도 입시안을 강행키로 결정했다고 공표했다가 18일에는 `내신 1ㆍ2등급 만점처리'와 `학생부 중심 입시' 논란에 대해 추가 대응이나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대가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일부 사립대들과 차별화를 시도함과 동시에 교육부와 사립대가 서울대를 전면에 내세워 공방을 벌이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그동안 사립대의 공공연한 `내신 무력화' 시도를 알면서도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해오다 일부 사립대들이 `내신 1∼4등급 만점' 방안을 가시화하자 뒤늦게 재정 지원 중단 등 강경한 대응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제재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서울대의 입시안 역시 원칙적으로 제재 대상이다'라며 서울대 입시안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교육부의 제재 발표를 두고 서울대 입시안을 거론한 것은 서울대 제재를 노린 게 아니라 서울대를 압박함으로써 사립대들의 `내신 무력화' 시도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이 교육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는 방안을 2개월 넘도록 전혀 문제삼지 않다가 느닷없이 `서울대 제재론'을 꺼내든 것은 내신 1∼4등급에 만점을 주려는 일부 사립대에 대한 공략에 서울대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 내신 1ㆍ2등급 만점 처리안이 나왔을 때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바짝 엎드리며 정부 방침을 수용할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서울대도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준다'는 논리를 내세워 `수능 위주 선발'이라는 본래 노림수를 관철하려는 속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A 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반영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서울대 입시안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사립대들 분위기"라고 말해 `서울대 입시안이 관철되면 성공이고, 실패해도 그만'이라는 속셈을 드러냈다. 서울ㆍ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18일 긴급 조찬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대학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뭐라고 얘기하긴 힘들다"고 말해 사립대들의 입장 표명이 늦춰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 교육계 인사는 "사립대들은 교육부안을 전면 수용하기도 어렵고 정시모집에서 내신보다는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코자 하는 기존 방침을 무조건 고집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며 "사립대들이 서울대를 끌어들인 것은 이에 기대 교육부와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같은 `대리전' 구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서울대의 의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기싸움을 벌이며 학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교육부와 사립대들이 과연 언제쯤 명확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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