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0%·기회균등할당제·입시안 조기 제출 제고 요청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기회균등할당제 11% 확대 등 정부의 대입 관련 정책에 대해 사립대 총장들이 집단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기회균등할당제 도입, 8월 20일까지 입시안 제출 방침 등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총회에는 사립대 총장 90여명이 참석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총회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올해 갑작스럽게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까지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총장은 기회균등할당제도를 도입해 저소득층 입학을 정원 외 11%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이미 대학진학률이 82%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원자 대부분이 서울지역 대학으로 몰려 지방대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2008대입제도가 국민적 합의라고 하는데 2004년 당시에는 선언적 합의만 있었지 몇 퍼센트라고 하는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며 “교육부가 압력을 넣고 협박을 하니까 가만히 있는 것이지 할 말이 없어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또 대학입학전형 자율화를 위해 ‘논술가이드라인’을 폐지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개별 고등학교의 영역별 수능 등급, 대학진학 현황 등의 정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대학행정 타율규제에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을 담은 건의서를 조만간 정부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사립대총장협의회의 이런 뜻은 이날 오후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0여명과 김신일 교육부총리 간 교육현안 간담회에서도 전달됐다.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1시간 30여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후 김 부총리는 “수험생의 불안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라는 데 총장들도 인식을 같이 했다. 대학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대교협 회장단과 만나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병두 총장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신, 기회균등할당제 등에 대해 앞으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좁혀나가기로 했다. 가급적 신속하게 매듭짓기로 했다”고 밝혀 대학과 교육부가 갈등이 큰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대교협을 창구로 대화해 나가자는 진척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실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방 사립대의 한 총장은 “의견에 접근을 본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장 차가 너무 커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손 총장도 “이견을 좁혀나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만 언급했다.

실제로 비공개 간담회 도중 “고교가 평준화됐다고 하지만 신입생들 학력 차이가 너무 난다”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총장들도 충분한 재정지원과 자율을 강조했는데 최소한 입시는 자율에 맡겨주는 게 좋지 않으냐” “입시를 재정지원과 연계해 제재하겠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목소리가 간간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08대입제도를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워온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등이 2~4일 전체 교수의회 또는 평의원회 등을 개최하기로 해 ‘내신 갈등’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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