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한국대학신문 공동기획 시리즈]1부.실천적 여성리더를 키워라

※ 글 싣는 순서
1부. 실천적 여성리더를 키워라
2부. 대학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3부. 국내외 사회봉사단에서 활약하는 여대생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다. 과거 리더십의 전형이었던 남성적 리더십이 각광받던 때는 갔다. 시대는 창의력·유연성·배려·보살핌 등 부드러움과 조직에 군림하기보단 지원하고 동기부여할 줄 아는 실천력을 겸비한 새로운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 리더십이 새 시대 대안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덕성여대와 함께 ‘실천적 여성 리더를 키워라’를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본지와 덕성여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여성 리더십의 가능성과 미래, 대학의 실천적 여성 리더십 교육의 현장을 진단한다.



■ 이제는 여성이다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징후가 뚜렷하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가 물리력, 조직력, 행정력을 요구하는 사회였다면 21세기는 창의적 의사 결정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사회의 면면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덕목 역시 변했다.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요구되는 힘의 리더십에서 수평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여성 리더십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학계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지배적인 기존 리더십의 특성을 뛰어넘는 대안적 리더십에 대한 모색이 봇물을 이룬다. 수평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통합적 리더십, 거미줄형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리더리스 리더십 등이 새로운 리더십 유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다양한 이름과 유형으로 소개된 이들 대안적 리더십이 ‘권한의 분산·다양성 인정·포용과 돌봄’이라는 일관된 특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여성 리더십’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 해 초 <여성주의 리더십-새로운 길 찾기>를 펴 낸 양민석 이화여대 연구교수(한국여성연구원)는 “여성 리더십이야 말로 기존 리더십과는 다른 대안적 가치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런 가치들이야 말로 여성에게 천부적으로 부여된 성향과 능력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여성들의 리더십은 개발 가능성도, 효율도 높다. 전미옥 CMI 대표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 속에서 체득한 여성적 장점들은 군림하고 지배하는 권위가 아니라 남을 먼저 섬기고 희생과 헌신하는 권위가 필요한 지금,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적 가치는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가?  박통희 이화여대 교수(행정)는 “여성적 특성이 지식정보화 사회 일터의 생산성 제고에 필수”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논문 <남성편향적 공직문화에서 여성의 경력개발과 리더십>, 저서 <편견의 문화와 여성 리더십>을 통해 그는 여성적 특성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부합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살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여성의 섬세함·치밀함·민감함은 21세기 정보화시대 정보처리 업무에서 빛을 발한다. 정보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정보의 잠재적 가치를 감성과 직관에 의해 민감하게 파악하는 여성적 가치가 곧 부가가치 생산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성들의 ‘수다문화’가 순기능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수평적이고 열린 네트워크 사회가 왔고, 여기서는 상대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 정보통신 기술에 의해 조성된 새로운 생태 환경에는 여성이 오히려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을 창조하는 여성들이 유리해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예민한 감수성과 유연성이 필요한데, 민감성과 유연성 면에서 여성들의 상대적 우월성은 이미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박 교수는 도시화·핵가족화·개인주의화 등 급변하는 생태적 환경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성 본능에 기인한 여성의 자상함이 더욱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실천 않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영향력이다.”(이진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 , “리더십은 이론이기보다 실천이며 구체적 현장에 기반한 문제해결 과정을 동반할 때 발전 가능하다.”(윤혜린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이것이 바로 여성 리더들에게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지향점은 자기 한 사람의 인생을 잘 가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모여 이룬 사회의 공동 목표를 이해하고 공동체와 자신의 일체감을 이해하며 인간다운 삶과 정의로운 사회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이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과 협력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봉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리더는 조직에 군림하기 보다는 지원하고 동기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구성원이 함께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원의 활동,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집단 규범, 따라야 할 가치, 신념, 문화, 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구성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하고 오히려 그들을 돕는 자로 역할 한다. 그래서 대안적 리더십은 ‘변혁적’이다. 극단적으로 ‘리더리스(리더 없는) 리더십’으로까지 표현되는 새로운 리더십은 오히려 파트너십에 가깝다.

사회와 조직에서 협력과 성공을 이끌어내고 남에게 모범이 되는 것,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민주적 관계맺음을 장려하는 것. 두려움을 주는 카리스마가 아닌 윈-윈하는 방법을 알고 솔선하는 카리스마. ‘참여’와 ‘실천’이 없고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흔히 실천적 리더의 대표 격으로 예수를 꼽는다. 예수는 남성이었지만 남성적 리더십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스로 군림하지 않았고 아래에서부터 변혁을 도모했다. 언제나 현장에서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몸소 실천했다.

리더십이 천부적 능력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요구되는 리더십은 천부적 리더와는 엄연히 다르다. 사회 구석구석 풀뿌리처럼 뿌리내린 누구나가 리더가 될 수 있다. 이들 개개인이 모두 리더임을 자각하고 셀프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을 보듬고 돌보는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실천적 여성 리더’를 키우는 궁극의 목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멘토링 등 현장 경험을 나누는 방법으로 리더십을 훈련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대학에서도 대거 도입하고 있는 멘토링 제도는 인생이나 업무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멘토’를 ‘멘티’와 1대 1로 연결시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 성장시키는 활동. 멘토는 멘티의 역할모델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는 셈이다.

전미옥 CMI 대표는 “남성들 사이엔 이런저런 수많은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짜여져 있지만 이제 사회생활에 들어선 여성들 사이에선 아직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할 네트워크 연결 고리가 약한 실정”이라며 여성 리더십 개발과 성공을 위해 멘토링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전 대표는 또 “멘토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멘티의 책임과 준비가 필요하며 성공 사례를 분석해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멘토는 꼭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크게 성공한 여성일 필요는 없지만 대인관계가 좋고 끈기와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영 객원기자 netkim11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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