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등할당제’로 지방대 반발·교수단체 가세가 결정적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4일 최근의 내신반영비율 확대 논란과 관련해 학생부 반영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시켜나가는 데 합의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이장무 서울대 총장 등 대교협 회장단은 이날 오전 조찬 회동을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의 공동 발표문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와 대교협 회장단은 공동 발표문에서 “수시모집의 경우 많은 대학들이 이미 학생부 중심으로 전형을 실시해 왔다”며 “정시모집에서도 학생부 반영비율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상호 노력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학생부 중심의 2008대입제도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대학은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회동이 끝난 후 “원칙을 잘 살려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합의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올해 당장 50%를 실현하기 어려운 대학들이 있다고 하니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교육부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대학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이미 발표한 내신 반영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 단계적 확대 계획 등을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공동발표문에는 ‘특별한 사정’이나 ‘사전 협의’ 대신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단서 조항을 대폭 완화했다. 문을 넓힌 셈이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과 현실을 감안해서 ‘유연한’ 자세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장은 “교육부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했으므로 대학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유연한 대처’가 전제 조건이 된다는 의미가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현섭 강원대 총장도 “사실상 교육부가 기존 입장에서 누그러졌다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합의에 비춰볼 때 교육부가 올해 내신 반영비율 50% 원칙 고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신 반영비율 문제에 연계된 행·재정적 제재 방침도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서명범 기획홍보관리관은 “올해 내신 반영비율과 행·재정적 제재 연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사실상 대학들의 입장을 수용한 것은 대학 사회의 파상적인 공세 탓으로 보인다. 특히 기회균등할당제 정원 외 11% 확대 방침에 지방대학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와 국교련, 사교련 등이 3일 비판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고려대·서울대 등에서 평교수들이 성명서 발표를 검토하는 등 교수사회로 반대가 확산된 것도 한몫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3불 정책이나 내신 50% 반영 같은 경우 지방대와는 크게 상관없는 주제들이었는데 기회균등 11% 확대가 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동 발표문 발표로 일단 극한 대치상황은 벗어났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교육부와 대교협 회장단 합의가 개별 대학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발표문에 나와 있는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도 애매하기 짝이 없어 개별 대학이 구체적인 입시안을 발표했을 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교수협의회 차원의 성명서 발표를 검토하고 있는 장호완 서울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에서 “내용을 아직 잘 모르겠다. 교육부와 대교협 합의가 무슨 중요한 것이냐. 교수협의회 차원의 성명 발표와는 상관없는 것 같다. 추후 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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