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브리핑]“등록금만으로는 경쟁 못해”… 부동산 개발·주식 투자

31억원. 2001년 건국대학교 법인이 학교에 내놓은 재단 전입금(학교 운영을 위해 내놓는 자금)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난해 재단전입금은 376억원으로 10배 늘어났다.


2002년 건국대 법인이 학교 야구장 부지 9만9000여㎡(3만 평)를 주상복합아파트로 개발해 5080억원을 버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건국대 법인은 또 얼마 전 이사회를 열어 2008년 완공 예정인 상업지구에 노인휴양시설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홍성용 건국대 법인 기획부장은 “노인휴양시설을 완공하면 매년 200억 원의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나섰다.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수와 시설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면, 주로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해온 대학들의 재정상태가 넉넉치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대학들의 자금 사정을 감안, 예금·채권 등에만 투자할 수 있던 사립대 적립금을 올 10월부터 증권 등 제2 금융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주식·펀드에 눈 돌리는 대학들


189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는 작년 9%대의 수익률을 냈다. 기금의 50%는 수익률이 낮은 채권과 은행 보통예금에 묶여 있지만 나머지 1000억원을 30여 개 국내외 펀드에 투자한 결과다. 비결은 14인의 투자 자문위원회 위원들.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회사 임원, 은행 간부, 금융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동문 자문위원들은 두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짰다. 서울대 발전기금 상임이사인 주종남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3~4년 전부터 채권수익률이 3%대에 머물고 있어서 대학 입장에서는 펀드 등으로 투자처를 다양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가운데 공격적인 자금운용을 해온 서강대는 최근 외부 금융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성영 재무팀장은 “경제, 경영학과 교수들로 이뤄진 재정위원회에 주식전문가, 채권전문가, 파생금융상품전문가를 한 사람씩 영입하고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와 채권형 펀드를 공동운영하기도 했던 연세대도 올해 해외펀드에 투자를 시작하는 등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군단’을 이뤄 공동 투자에 나선다.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증권협회 등은 사립대의 적립금을 모아 증권 등에 투자하는 ‘사립대 공동 투자풀(pool)’을 올 9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실버타운 등으로 수익사업도 다양화

우유·외국어교육 등에 머물던 대학 법인들의 수익사업도 다양화되고 있다. 경북 경산에 본교가 있는 대구대는 최근 대구 남구 대명동 캠퍼스 자리에 노인주택·시니어레포츠센터 등 복합 시니어타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102개에 달하던 학교 기업 금지 업종 가운데 81개를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제 대학은 백화점과 스키장 사업을 할 수 있고 방문판매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주종남 교수는 “미국 대학은 공격적인 자금 운용에서 얻어진 15%대의 수익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졸업한 학생이 성공해 학교에 기부하면, 다시 그 자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 대학 기금 규모를 키우는 한편 대학도 자금 운용을 잘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가 수익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스타시티. 건국대학교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스타시티에는 대형 할인점과 멀티 플렉스 극장이 들어서 있고, 현재 공사중인 건물에는 백화점과 실버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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