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브리핑]지방대, 등록금 챙기고 불법취업 알선

대학들의 빗나간 국제화가 ‘짝퉁’ 유학생을 양산하고 있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로 신입생을 채우기 어렵게 된 지방의 영세 대학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앞다퉈 가짜 유학생을 ‘수입’하고 있다. 심지어 브로커까지 동원해 외국 유학생들을 모집한다. 이렇게 들어온 짝퉁들은 공부는 뒷전이고 유흥업소나 산업체 등에 불법 취업하거나 범죄에 뛰어들기도 한다. 최근엔 수도권 대학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대학-브로커-유학생’의 부적절한 공생으로 상아탑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절반은 짝퉁”=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는 지난 4일 국내 산업체에 불법 취업한 중국인 가짜 대학생 31명을 강제출국시켰다. 이들은 지난해 중국 현지 유학원에 700만∼800만원씩 내고 유학생 신분을 얻어 호남지역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도망친 75명 중 일부. 아직 잡히지 않은 중국인들은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등의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유학원으로부터 1인당 150만원가량의 한 학기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챙긴 뒤 탈법을 눈감아줬다.


경북 경산의 한 대학은 전체 학생의 20%가 넘는 280명을 베트남과 중국인들로 뽑은 뒤 취업까지 알선했다가 들통 났다. 가짜 학생들은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아 담당 교수의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11억여원의 등록금 수입을 챙긴 대학 측은 허위 입학허가서를 작성해 비자발급을 도와주고 보직교수회의에서 학점 부여 방법까지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최근 중국 유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수도권의 한 대학은 유학생 190여명 중 90여명이 학교 추천서도 없이 인근 공단에 취업했다가 말썽을 빚었다.

호남지역 A대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절반 이상은 취업이 목적인 짝퉁 유학생이고, 열에 한 명은 첫 학기 등록금만 내고 잠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의 빗나간 국제화= 교육부에 따르면 2003년 1만2314명이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말 3만2557명(어학연수생 제외)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중 불법체류자는 2801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밀입국이나 학교 측의 미신고로 파악되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짝퉁 유학생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언뜻 대학의 글로벌화 바람 때문으로 보이지만 신입생 모집난이 더 큰 요인이다. 국내 신입생으로 머릿수를 채우기 힘들게 되자 한국 취업을 노리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학 간 유치전이 심화되면서 등록금을 경쟁적으로 깎아주거나 아예 취업 대가로 선불을 받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학기준 강화 시급= 짝퉁 유학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학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정원외로 분류돼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다 보니 대학이 등록금 수입을 노리고 마릿수 채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어 구사 능력 등 선발기준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대전 우송대 이달영 교수는 “현지 브로커보다는 대학 스스로 선발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내 대학들이 공동 유학생 모집 박람회를 개최하고 등록금 덤핑을 차단하는 노력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경남경찰청의 한 수사관은 “현재 수준의 비자 발급과 입학서류 심사로는 현지 브로커들이 꾸미는 속임수에 속수무책”이라며 “2010년까지 유학생 5만명을 모집하겠다는 교육부의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학력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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