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입학정원 미리 결정 안 될 말…인가신청도 10→12월로 넘겨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이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대학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법이 시행되는 9월말까지 시행령 제정, 법학교육위원회 발족, 총 입학정원 결정 등을 추진한 후 10월부터 인가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학계는 무리하게 개원 일정을 쫒다보면 졸속 추진 우려가 있다며 개원추진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법무부, 개원 향한 잰걸음= 로스쿨법 공포에 따라 담당 부서인 교육부 대학원개선팀은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직원들이 거의 모두 매달려 세부 시행령 마련, 설치·인가 심사기준 등의 검토에 들어갔다. 조만간 대학원개선팀 내에 4~5명 규모로 별도의 TF팀을 꾸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은 ‘정중동’의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행령 외에는 대부분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스쿨별 최대 입학정원이나 하한선은 시행령에 담을 수 있지만 개별대학 입학정원이나 설치·인가 심사기준 등을 정하는 것은 법학교육위원회의 몫이다. 총 입학정원 역시 법무부장관 및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해 결정하고, 국회 상임위에 미리 보고해야 한다.


총 입학정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를 얼마로 할 것이냐이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을 대체할 변호사 자격시험을 염두에 두고 가칭 ‘변호사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심의위원회’를 이달 안으로 출범시킨다.


판사, 검사(법무부 법조인력과장), 변호사, 법학교수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되며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 변호사자격시험의 성격과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9~10월경 총 입학정원이 결정이 되어야 구체적 내용이나 시험의 난이도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로스쿨 개원 일정에 최대한 맞추겠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총 입학정원 결정, 신청 공고 늦춰야= 법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총 입학정원 결정, 인가 신청 등의 추진 일정을 무리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양동석 조선대 법대학장은 “7~9월에 후속조치가 많이 필요한데 신청서 접수와 동시에 진행하면 형식적 평가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로스쿨 하자는 것 말고는 전혀 논의가 안 된 만큼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사법개혁국민연대 등이 지난 20일 개최한 ‘올바른 로스쿨 정착을 위한 후속과제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행식 원광대 교수는 “총 정원을 정해놓고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거나 객관적으로 교육 준비가 충분히 되었는데도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준비된 로스쿨의 상황을 고려해 총 정원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인가기준을 무리하게 기존의 사개추위 시행령안과 일부 연구용역에 맞추기보다 법학교육위원회에서 실질적이고 집중적으로 논의해 올해 10월말까지 제시하고 올 12월에 인가신청을 받아도 현실적으로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제부터는 로스쿨의 도입이 아니라 법학교육체계의 구축 문제, 변호사자격시험체제의 구축 등 로스쿨의 실질을 기획하고 설계, 구성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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