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자율화.."생색내기" 빈축

교육인적자원부가 2일 공개한 대학자율화추진계획에 일선 대학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칼(돈줄) 든 놈의 생색내기'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요구한 입시문제 등 규제 사항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일반적인 사항만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의 주요 사립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들은 정부에 122개 사항에 대해 건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 정원과 학사운영, 교직원 인사, 재정 등의 분야의 주요한 규제완화 안건을 제외한 33가지만 채택했다. 대학들이 반드시 빼달라는 규제 사항은 발표내용에 전혀 포함되지 못했다.

입시 규제가 대표적이다. 대학들은 당초 '전공에 따라 논술시험 제시문을 영어 지문으로 할 필요가 있으니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본고사를 볼 수 있도록 해 달라,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등급이 아니라 점수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도 아예 논의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규제 유지 이유로 '논의 대상이 아니라거나 현재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곤란하다. 불합리하다'는 등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학측은 교육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허탈해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자율화실천과제 역시 '생색내기'라고 비꼬았다.

사립대 고위관계자는 "교육부가 당연히 자율화해야 할 내용을 가지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립대의 한 사범대학장도 "사범대 학과 간 정원 조정은 지금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교육부가 자율화를 이유로 생색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여전히 돈줄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대입과 재정 자율화가 핵심인데 이를 쏙 빼고 일반적인 사항만 포함시켰다"며 "이대로라면 10년후 전국 대학의 10%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만 대학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에도 대학자율화·구조개혁위원회를 가동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3불폐지를 필두로 63개 안건을 건의했지만 교육부는 3불 폐지에 대해선 들은 척 조차 안했다.

한편,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학생정원분야로 국공립대 모집단위를 학부제에서 일부에 한해 학과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1998년 모집단위를 학부제로 광역화한 지 10년만에 학과제 운영을 허용한 셈이다.

또 사학분야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장기 차입을 제외하고 사학법인이 자율적으로 빚을 얻어 쓸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학사 운영분야에서 국내외 대학의 공동학위에 관한 규제를 없애 해외대학에서 공부한 기간에 상관없이 두 대학의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국내 대학에서 교육과정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경우에 한해 공동학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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