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괴롭고, 학부모는 고달프며, 선생님들은 보람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시간을 낭비하며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기우 재능대학장(59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뒤따른다. 학력 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고졸 출신으로 교육부 차관까지 오른 인물이란 말이 가장 대표적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이 학장은 “교육정책 하나에만 매달려서는 한국의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다. 교육문제를 복잡한 사회구조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강한 추진력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차기 대통령이 지녀야 할 대표적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골프 파동으로 공직을 떠날 때, 그는 다수 대학들로부터 총장 영입 러브콜을 잇따라 받았다. 하지만 부산고 선배인 박성훈 재능대학 이사장(재능교육 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는 지난해 8월 재능대학장에 취임한 의리파다. 이해찬 전 총리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공무원’이라며 그를 극찬한 바 있다. 때문에 그에겐 ‘이해찬의 남자’라는 꼬리표도 붙어있다.

재능대학장에 취임한 지 1년 만에 학교를 흑자 반열에 올려 ‘행정의 달인’이라는 말을 재차 증명했다. 그는 2004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교육부 차관(2006년)에 오르기 직전인 2003년~2004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맡았다. 당시 서울시내교통카드 보급을 확산하고, 온라인자동차보험 ‘에듀카’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등 공제회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서해안시대 중심축인 인천에 자리한 재능대학을 14일 방문, 이기우 학장과 정치와 교육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벌써 취임 1주년이 됐습니다. ‘행정의 달인’이란 별칭답게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요?

“온실의 난초를 가꾸는 것보다 주인 없는 황무지를 쓸모 있는 과수원으로 만들어, 질 좋은 과일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저의 업무 스타일입니다. 재능대학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학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재능대학 정상화 방안을 위한 15개 과제를 선정했고, 이중 13개를 이미 성취했습니다. 교수 연구실적 점검, 조직개편, 교수협의회 등 학내 이익단체 관리, 행정감사 실시, 구매시스템 재구축, 실습기자재와 소모품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재정을 건실히 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을 제거했습니다.”

- 교육부와 대학 간 내신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계속 내신비중을 높여달라고 하고, 대학은 그럴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우리 교육은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초, 중, 고교의 모든 교육과정이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 교육이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의력, 이해력, 문제해결능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입니다. 내신반영률 문제도 교육정상화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은 대학도 새로운 교육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 재능대학 문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문대가 어렵다고 합니다. 대학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인식 공유가 가장 중요합니다. 학장은 교수를 정성으로 대하고 교수는 학생을 진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지난해 취임 후 교수와 직원들과 매일 릴레이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인원은 하루에 8명으로 정했습니다. 점심에 만나는 교직원 명단이 매일 오전 나오면 해당 직원의 생일은 언젠지, 취미는 뭔지, 입사는 언제 했는지 등 모든 사항을 파악한 후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제가 교수, 직원들에게 정성을 쏟으면, 그 정성은 학생들에게로 아주 빨리 돌아갑니다. 교수도 학생도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변화를 이뤄나간다면 ‘사는 맛과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대학 발전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입니다. 취업률과 연관되는 부분인데요. 어떻습니까?

“‘재능대학 출신은 사람이 됐더라’는 기업 평가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5년간 재능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은 90퍼센트 이상입니다. 당장은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업을 골라가며 학생들을 내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상품(학생)의 질을 높여 학생들이 기업을 선택해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취업 구조를 전환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2008학년도 신설 예정인 호텔외식조리학과 신설 배경과 운영계획은 무엇입니까?

“교육부에 있을 때 경기도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시립대 교수였던 진태홍 교장이 설립한 학교였는데요. 처음에는 조그만 오두막에서 시작해 현재는 학교 성적 1등급의 학생들만 올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졸업 후 갈 데가 없다는 겁니다. 이번 학과 신설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우선 내년엔 160명을 선발 계획입니다. 120명은 조리과학고 등 고등학교에서 조리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로 충원하고, 나머지 40명은 기타 인문계와 일반 실업계 고교 출신을 뽑을 계획입니다. 첫 신입생들이 졸업할 향후 3~4년 이내에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200억 원을 투자해 한식 전문식당을 개점할 예정입니다.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한식의 세계화와 국제 수준의 전문 조리인을 양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를 찾는 세계인이 모두 한 번쯤 반드시 들르는 한식 전문점이 될 것입니다. 조선호텔 조리부장, 우송대와 양산대 교수 등에게 자문을 구해 교수를 충원할 계획입니다.”

- 평소 생활신념이나 좌우명이 있다면요?

“3실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진실’, ‘성실’, ‘절실’을 지키고자 합니다. 진실은 정직함을, 성실은 열심히 일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절실해야 합니다. 절실함이란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저는 남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경쟁이 사람을 크게 만듭니다. 자신과 싸움을 하다보면 날마다 부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기우식 대학혁신의 모범을 만들겠습니다. 정상화 단계, 재출발 단계, 도약 단계 등 3단계 발전 계획을 통해 질 높은 재능대학, 시장친화적 학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대학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이기우 학장은 1948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부산고(67년)를 졸업하고, 같은 해 문교부 시도교육청 등을 시작으로 교육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88년 안양대 행정학과와 92년 부산대 교육대학원(석사), 2001년 경성대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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