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브리핑]양극화 해소 기회 취지엔 공감하지만.....

-사회: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토론자: 김정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 천정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한숭동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가나다순)

교육부가 2009년도 입시부터 대입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취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대학 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정원 대비 3.9%를 차지하고 있는 정원 외 특별전형이 11%까지 확대된다. 기존의 농어촌 학생, 전문계 고교생 외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까지 배려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의 학력 격차,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지난달 29일 열린 KDI 국제정책대학원-중앙일보 공동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이를 주제로 한 자리에 모였다. [편집자]

지난달 29일 열린 KDI 국제정책대학원-중앙일보 공동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대입 기회균등할당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 천정배 민주신당 의원, 박진 KDI 교수,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 한숭동 전문대학 교육협의회장. [사진=박종근 기자]



◆기회균등할당제의 취지와 실효성은

참석자들은 빈부 격차로 인해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 커지는 현실에 대해 대체로 동감했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참석자들은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저소득층이나 사회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선 동감한다"며 "하지만 할당제 방식은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결승점만 같도록 하는 인기 영합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숭동 회장은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총학장 모임에서 밝혔듯이 가난의 대물림이 학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시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전문가들과 보완책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특히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전문대나 지방대생 중엔 학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부족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과연 할당제를 통해 혜택을 입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정배 의원은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격차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전남의 섬마을 출신인 천 의원은 "초등학교 동창 75명 가운데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고 밝혔다. 천 의원은 또 "예전과 달리 법조계에서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이젠 통하지 않는다"며 "내가 법대에서 공부할 당시엔 부모님이 법조인인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내 사시 동기 중 자녀가 법조인인 케이스가 1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김정기 차관보는 "정부는 지금까지 특별전형을 통해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하지만 현 제도가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를 확대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어 할당제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들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유사한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다"며 "할당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할당제를 통한 정원 외 선발 확대가 타당한가

저소득층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하는 방안에 대해 김 차관보를 제외한 나머지 토론자들은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도 특별전형의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정원 외로 저소득층 학생까지 입학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 이주호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올해도 특별전형 쿼터를 3000명이나 채우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원 외 선발을 늘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이 내세웠던 지방대학 활성화 정책에도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한숭동 회장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정원 외 입학은 저소득층 학생 간의 경쟁을 부추겨 이들에게 오히려 소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천 의원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학생과의 학력 격차 문제는

참석자들은 할당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과 일반 학생의 학력 차에 따른 부작용과 이에 대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한숭동 회장은 "예전에 지방의 모 실업계 고교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 3명을 특별전형으로 KAIST에 보낸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 학생들이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학력 검증 등 객관적 선정 절차가 마련돼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의원은 학력 차로 인해 대학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대학들이 기존의 특별전형 인원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은 이 학생들에 대한 정상적인 교육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생 선발에 있어서는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정기 차관보도 학력 차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학생 중 기초학력 부족으로 중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선발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별도의 보충수업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의원은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이 학생을 선발한 후에 학력이 부족하다고 보충수업을 시킨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며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제도가 수도권 유명 대학으로의 쏠림을 부추기는가

참석자의 상당수가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화에 우려를 표했다. 한숭동 회장은 "현재 마련된 틀을 바탕으로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대학이나 전문대학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문대나 지방대로 들어올 학생들마저도 수도권 대학으로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기 차관보는 "할당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모두 서울로만 몰린다는 것은 지나친 발상"이라며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유학 올 경우 생활비 등 추가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은 대학 서열이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할당제 입학을 출신지역 대학으로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천정배 의원은 "학생 스스로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입학 가능 대학을 지역적으로 제한한다면 학생들이 되레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호 의원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대와 전문대를 적극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익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미국 입시사정관제 도입,저소득층 인재 발굴하자"
'가난 대물림' 끊을 대안은

◆결론

이주호 의원은 시종일관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시사정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 입시사정관을 두고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며 "오히려 동일한 성적일 경우 입시사정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할당제는 교육 기회 균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제도라고 비판했다. 총체적인 교육의 질 향상이 아닌 입시라는 손쉬운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천정배 의원은 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생의 30% 정도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고등교육 예산이 전체 교육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1%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또 할당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도입하는 사립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숭동 회장은 할당제가 학벌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업교육을 위한 전문대학 육성에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기 차관보는 "할당제는 소득 불평등의 대물림을 단절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할당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입시사정관, 전액 장학금, 보충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세부 방안과 함께 지방대.전문대 육성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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