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10년 노하우 바탕 학력검증 ‘해결사’ 자임

잇따른 학력위조 파문으로 대학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기존에 임용된 교수와 새로 임용될 교수에 대한 학력검증 과정을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특히 학력위조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대학들은 정확하고 신속한 학력검증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한 대학의 경우, 지원자에게 졸업·성적증명서를 접수받을 때 반드시 해당 대학의 우편봉투에 문서 발급 담당자의 날인을 받아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기존 교수에 대한 검증작업에 착수한 대학들도 많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해당 대학에 학력조회를 의뢰하고 답변을 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학력조회 문의에 대한 회신률은 50%가 되지 않는다. 외국의 대학의 경우, 학력검증 못지않게 대학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외적으로 검증된 대학인지의 여부도 판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도입한 학력검증대행서비스에 대한 대학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건국대 교무처 관계자는 “기존에도 학위검증을 위한 인터넷 검색을 해왔는데, 대교협에서 학력검증을 대행해준다고 해 이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외대 교무처 관계자도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학력검증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대교협과 같은 공식기구가 나서면 믿을 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교협이 지난 1일 대행서비스 홈페이지(www.kcue.or.kr)를 오픈하자마자 이러한 기대치는 신청 건수로 확인됐다. 사이트가 오픈된 지 1주일도 안 돼 180여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학력조회 요청도 1천 건을 넘겼다. 대교협에 따르면 학력검증 대행을 신청한 19개 기관 중 대학이 10곳, 기업이 4곳, 공공기관이 4곳, 금융기관이 1곳이다.

10년 전부터 해외로부터 학력검증 의뢰받아

대교협이 학력검증대행에 나서게 된 배경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대교협은 1995년부터 해외 대학과 기업으로부터 학력조회 의뢰를 받아왔다.

대교협 학력검증추진단 백정하 실무팀장은 “외국에서 학력검증이나 대학에 대한 판단을 의뢰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신정아 교수 사건이 터진 뒤, 이참에 그간의 축적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학들의 학력검증 작업을 대행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대교협은 이 서비스에 10여 년 전부터 구축해온 외국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학총장협의회와는 상호업무협조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상태다. 미국의 고등교육평가인증기구(CATEA)와도 오래 전부터 공동연구 등으로 발을 맞춰왔다. 사이트 오픈을 앞두고선 외교통상부의 도움을 얻어 국내 주재 모든 대사관에 미리 업무 협조요청을 해둔 상태다. 백 팀장은 “앞으로는 유럽과 러시아, 중국의 대학들과도 업무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력검증은 무엇보다 정확성이 확보돼야 한다. 아울러 학력검증대행서비스가 한 개인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교협은 일단 서비스의 회원가입을 개인이 아닌 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회원등록이 됐다고 해서 모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회원으로 가입하면 학력검증을 신청할 수 있는데 대교협은 이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기관을 사칭한 개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백 팀장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이를 검토해 수용여부를 판단 한다”며 “기관을 사칭한 개인이 있을 수 있어, 정식으로 해당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력검증센터로 발전시킬 것”

국내 대학의 경우, 대교협의 회원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보내 진위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외국 대학의 경우, 절차가 좀 더 복잡해진다. 우선 해당 대학의 질을 판단한다. 백 팀장은 “미국 대학의 경우 평가인증을 받은 교육기관이라야 학위가 대외적으로 인정 된다”며 “일단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학력의 진위여부 파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학력검증은 학력조회와 학위논문을 병행해 검색한다. 이 과정에서는 미국의 국가학력검증조회기관인 NSC(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와  UMI 인터넷사이트(wwwlib.umi.com)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도 진위여부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면, 직접 해당학교를 통한 확인에 들어간다. 백 팀장은 “대학협의체나 총장협의체와 관계가 형성된 국가라면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학교의 행정기관과 검증대상인의 지도교수까지 들어가 확실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초기 단계에서 학력의 진위여부가 확인돼도, 한 단계 검증과정을 더 거칠 계획이다. 그만큼 정확성을 담보하겠다는 의지다.

대교협은 현재 각 부서에 배정돼 있는 학력검증대행서비스 업무를 통합, 대교협 산하에 학력검증센터를 두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강병운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일부에선 해외 박사학위 등록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며 “4년제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이 장기적으로 학력검증센터를 만들면, 사회 각기간의 수요를 무리 없이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대행으로 자료가 축적되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미국의 NSC와 같은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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