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취임 자세로 학교 발전 청사진 제시도 필요

최근 대학가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정치참여 논란이다. 박 총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앙대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잠깐이겠지" 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오늘도 총학생회가 박 총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하는 등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여전히 총장 임기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박 총장은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정말 순수하게 자문위원 입장에서 캠프에 참여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는데 지나치게 대학 총장의 정치참여라는 색안경에 의해 자신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박 총장이 어째서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직을 계속 고수할까라는 점이다. 스스로 대학 총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정치참여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하지만 박 총장은 현재까지도 위원장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이 박 총장에 대한 부정 여론을 확산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거센 폭풍이 지나가고 행여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적당한 때에 보답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도 바로 이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정말 박 총장이 총장직과 학교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보여주려면 조속히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명목 상의 지위일 뿐이라는 이유로 대선 캠프 참여를 고집한다면 박 총장에게는 득이 될 게 전혀 없다. 이명박 후보 측 한 관계자 역시 결국 박 총장의 결정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한 만큼 박 총장은 더 늦기 전에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박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단순히 박 총장이 대선캠프에 참여했다는 것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동창회와 학내 구성원들은 박 총장이 임기 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불만을 품어왔고 그 불만이 이번 사태를 통해 표출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총장은 지금이라도 제2 취임의 자세로 학교 발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성원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중도퇴진하면서 대학 총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현실은 매우 서글프다. "다음에는 또 누가될까" 라는 우려도 대학가에서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박 총장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퇴임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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