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때마다 신뢰성 논란, 할 수도 안 할 수도…

교육인적자원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 취업률 조사결과 발표를 ‘순위’에서 ‘등급’으로 전환한 데 대해 대학들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과잉 경쟁을 완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그간 신뢰성 논란에 시달려온 교육부가 내년 ‘대학정보 공시제’를 앞두고 꺼내든 ‘고육책’ 아니냐는 지적 또한 만만찮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200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그룹별로 취업률 상위 20개 대학의 순위를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룹별로 3개 등급으로 나눠 대학을 발표하되 같은 등급 안에서도 가나다순으로 대학 이름만 밝혔다. 대학별 취업률도 따로 밝히지 않았다.

취업률은 2004년 시범실시를 포함해 올해로 4년째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는 상위 20개 대학의 취업률과 그룹별 순위를 함께 공개했다. 이 때문에 건양대 세명대 인제대 등 해마다 취업률 1~2위에 오른 지방대학들이 전국적 유명세를 얻는 계기가 됐다.


등급제 전환 이유에 대해 김환식 교육부 통계정보팀장은 “취업통계 조사는 교육시장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인적자원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인데, 순위까지 발표하다 보니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 취업에 치중하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며 “3~4년간 시행해오면서 취업에 대한 인식은 충분히 제고됐다고 보고, 지나친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 등급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3년째 C그룹(졸업자 1000~2000명) 최우수 대학에 꼽힌 건양대의 최임수 취업매직센터장도 “사실 90.3%나 90.5%나 별 차이가 없는데도 순위를 매기게 되면 교육부 기준에 맞는 취업률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쓰게 된다”며 “등급제 전환은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대 취업정보과 노상철 팀장 역시 “대학별로 서열화를 시키다 보니 과열경쟁이 됐는데 등급별로 묶은 것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의도가 더 확실히 나타난 것”이라며 “대학 경쟁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등급으로 (발표)하는 것이 비교분석이 가능해지고 목표를 세우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정보 공시제’ 시행을 앞두고 갑작스레 등급제로 바꾸고 대학별 취업률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교육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학정보 공시제’가 시행되면 각 대학은 학과별 취업률까지 공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취업통계 조사 결과’가 바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학이 취업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 간에도 발표된 취업률에 대한 믿음이 없어 고육책으로 등급제 전환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발하니까 바꾼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방대 인력개발센터 관계자도 “취업률로 대학 순위가 매겨지고 있어 적나라하게 1위부터 20위까지 발표하는 것은 예민한 사안임에 틀림없다”며 “그렇다고 취업률 순위를 공개적으로 발표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등급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석근 인제대 인적개발처장은 “정보공시제의 시행 취지를 살리는 것이 전체적인 추세에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의성 전문성 인성 등 비교과과정의 교육시스템 혁신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형진·정성민·김봉구 기자 jinny·bestjsm·h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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