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호 특별기획] 이명박 당선자 교육정책, 교육계 대폭풍 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자율’과 '경쟁'에 바탕을 둔 ‘시장주의’를 기조로 한 교육공약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학가는 물론 교육계는 촉각이 곤두서게 됐다. 이번 대선이 여야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결론지어진 만큼 내년 교육계 판도가 새롭게 그려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기조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송년호 특별기획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공약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해 봤다. 또한 대학가는 물론 일선 교육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공약은 ‘자율’과 '경쟁'을 통한 ‘교육의 수월성 및 다양성 추구’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교육의 시장주의’, ‘공교육 붕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면서 내년 교육계와 대학가에 대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 교육 공약, 어떤 것들을 담았나?


이명박 당선자는 10, 11월에 각각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10월에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을 모토로 한 5대 실천프로젝트를 발표했고 11월에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의 5대 실천프로젝트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3단계 대입 자율화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교육제 △맞춤형 학교 지원 시스템이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는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고교 50개, 자율형 사립고교 100개 육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이명박 당선자는 “현재 학생 1인당 월 45만원에 달하는 일반계 고교의 사교육비(연간 총 7조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는 1859개 고교에는 연간 운영비의 10%(학교별 1억 5000만원 규모)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의 핵심은 현 14조원에 달하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이명박 당선자는 매년 영어 수업 담당 교사 3000명 양성, 영어 수업 확대, 교육국제화 특구 확대 도입 등을 제시했다.


‘3단계 대입 자율화’는 ‘자율형 사립고교 100개 육성’과 함께 최대 논란이 되고 있는 공약. 1단계-학생부 및 수능 반영 자율화, 2단계-수능과목 축소, 3단계-완전 자율화로 구성된 이 공약은 참여정부의 대입정책 기조였던 ‘3불정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어서 거센 반발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는 기초학력미달학생 제로플랜, 바른 인성 책임제 등을 포함한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교육제’를 통해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공약했으며 교원평가 입법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저소득층 학생 지원 등을 통해서는 ‘맞춤형 학교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제시했다.  


11월에는 △대학관치 완전 철폐 △취업 100% 대학 프로젝트 △맞춤형 대학생 지원 시스템 △2080 평생학습 플랜 △글로벌 연구 지원 시스템 등을 골자로 한 ‘대학강국 5대 실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대학관치 완전 철폐’와 관련해 이명박 당선자는 교육부의 관치를 철폐하기 위해 대입 관련 교육부의 기능을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 완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집행기능을 학술진흥재단 등으로 이양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관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규제완화와 세제개혁으로 대학의 자생적 재원 다양화를 유도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국립대의 단계적 법인화도 약속했다.


‘취업 100%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대학교육 평가·인증·퇴출시스템’을 구축,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반면 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경영이 한계에 달한 대학들에 대해서는 법률적, 재정적 인센티브를 적용해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취업률을 높이는 대학에 대해 취업률에 비례해 추가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대학생 지원 시스템’ 공약으로는 소득 2분위 이하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등록금 및 생활비 제공, 개인이 대학에 기부할 경우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 이를 장학금으로 사용토록 하는 대학 기부금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25세 이상이면서 3년 이상 근로 경험을 가진 성인을 입학시키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80 평생학습 플랜’과 공개 경쟁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글로벌 연구지원시스템’ 공약도 밝혔다.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한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공약으로 내년 대학가는 물론 교육계에 대폭풍이 예고된다. 사진은 이명박 당선자 선대위 해단식 장면. 
 
■이명박 당선자 교육공약의 긍정과 부정


CEO 출신이자 시장주의자인 이명박 당선자는 ‘자율’과 ‘실용’을 강조한다. ‘3단계 대입 자율화’와 ‘자율형 고교 100개 육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당선자 교육공약의 핵심은 바로 ‘자율’이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는 평소 교육에서도 시장원리를 강조해 왔다. 결국 ‘자율’과 ‘시장원리’가 향후 교육정책의 핵심 기조가 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평준화정책’으로 획일화된 현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박 당선자는 “우리 교육시스템은 30년이 넘게 똑같은 교실에 넣고 똑같은 수업을 받게 한다”면서 “30년의 낡은 틀을 깨고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교육에서 모두를 위한 창의적인 교육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는 이 같은 이명박 당선자의 신념에 따른 공약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학교들이 많아지고 각 학교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현장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교 100개 육성의 경우, 자칫 역작용의 위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립형 사립학교의 등록금은 일반 학교의 3배 수준이며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공약에서는 재단 전입금 비율을 현행 20%에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등록금이 대폭 인상돼 200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고교체제를 귀족 학교와 일반 학교로 재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거용 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만들게 되면 옛날 명문고 시절보다 고교 입시가 더욱 치열해지고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로 바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교육으로 가난의 영속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무엇보다 대학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만하다. 그동안 대학가는 정부의 행·재정적 규제, 3불정책 등으로 대학 운영 및 학생선발권을 상당히 침해받아 왔던 것이 사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미진한 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정책적 규제는 대학의 자율적, 창의적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더구나 정부는 대학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정부 정책을 직접 연계하고 있어 대학의 실질적 자율권이 크게 침해당하고 있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주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 자율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하다는 것. 최근 교육부가 기부 입학 의혹이 있는 수도권 모 사립대를 포함해 5개 대학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편입학 관련 부정 의혹 사례가 무더기 적발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자율화에 대한 위험성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대학 자율화에 앞서 대학의 책임 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대학 자율화에 대한 적절한 시간 조절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입자율화를 3단계로 나눈 것도 바로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서다. 대학 자율화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대학의 책임 강화도 분명히 한다면 대학 자율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학 자율화를 외쳐 왔지만 대학에 자율권을 줬을 때 편입학 부정 문제, 논문표절 대학 등의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무성을 대교협이나 각 대학이 어떻게 담보받을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지 않으면 비난이 있을 수 있어 준비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공약은 ‘시장주의’에 따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대학과 관련된 공약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약으로 대학 교육에 대한 평가·인증·퇴출 시스템 구축, 취업률에 비례한 재정 지원, 공개 경쟁을 통한 연구비 지원 등을 제시해 궁극적으로는 대학들의 경쟁구도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대학들의 자생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구상은 대학가에 신선한 자극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밥통'으로 불리는 교수사회는 더욱 분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재정지원 약속. 현재 제시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에는 대학 재정에 대한 분명한 수치가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자칫 대학들의 ‘자율’과 ‘자생’만 요구할 뿐, 결국 ‘시장주의’에만 맡긴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더군다나 한나라당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서 내년도 고등교육예산과 관련, ‘대학 경쟁력 강화 예산 3000억원’을 대폭 삭감하기로 해 대학들의 반발을 샀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수는 없는 대목이다. 


만일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대학가 사정으로 봤을 때는 상당수 대학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매년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규모의 대학들의 경우, 이명박 당선자의 ‘자율화’, ‘시장주의’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플랜도 제시돼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바란다


이명박 당선자가 ‘자율’을 기조로 한 교육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장 크게 반기는 곳은 대학가. 동시에 대학가는 이명박 당선자가 대학 재정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었던 만큼 대학 재정 확충도 재차 요구하고 있다.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앞으로 정책 기조는 평등주의적인 교육 틀보다는 교육 경쟁력, 교육의 질, 교육 우수성 쪽으로 강조되지 않을까 예측한다”면서 “그동안은 정부 주도의 공급자 중심 정책이었다면 현장에 바탕을 두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으로 많이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대학의 재정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립대 비중이 높고 역할이 큰데 사립대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학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장애 요인들을 과감하게 철폐해 선진국 대학들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리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은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일임하겠다는 것과 또한 대학 관치 완전 철폐 공약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환영하는 바”라면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부 장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정책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시행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며 아울러 대학 재정지원을 대폭적으로 해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3단계 대입 자율화’가 3년 입법 예고 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겠지만 내년 3월 ‘2009년 전형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즉시 시행이 가능한 것들이라도 우선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시급하게 처리할 부분은 복잡한 절차 없이 수능, 학생부 반영 비율을 자율화하는 것”이라면서 “수능, 학생부 반영 비율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인데 그동안 교육부가 반영한 것은 정치적 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선언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논술 가이드라인도 시급히 철폐해 대학이 논술 유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명박 당선자도 수능 등급제 수정을 광고에 실을 정도인 만큼 등급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부모 및 교사 등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공약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하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공교육 현장이 힘든데 자립형 사립고 등을 300개 만들어서 효과를 볼 수 있겠나, 공교육을 먼저 살려야 한다”면서 “대학 자율화는 궁극적으로는 인정해야 하지만 연세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의 자정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대선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교육 관련 공약을 이것저것 냈지만 탁상행정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공약은 문제가 있다”며 “학부모들은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들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과 학교 내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국중등교사회 라오철 회장(강동고 교사)은 “그동안 변화의 구도를 잘 못잡아서 하나도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태인데 (과거를) 답습하느니 (이명박 당선자가)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은 있어야 되지만 시장원리를 가지고 하는 교육은 어렵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 일전에 이명박 당선자에게 지적한 바 있는데 교육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입시를 바꾸고 교원 스스로도 개혁해 교육이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곧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 활동에 들어가면서 이명박 당선자의 행보가 본격화된다. 교육공약을 둘러싸고도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명박 당선자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기우 재능대학 학장은 “공약은 반드시 지켜지면 좋지만 공약은 공약이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교육분야는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서로의 입장이 달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학장은 “논의 과정에서 교육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토론도 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밟아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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