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본지 전국 56개 대학 기획처장 설문조사

최근 지방 사립대 총장들이 ‘자율화의 수혜가 특정 대학에 편중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자율화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시각이 대학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대학 자율화를 둘러싼 대학들의 입장차도 보다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 대학 기획처장들을 대상으로 ‘이명박 차기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자율화와 관련된 대학가의 입장을 살펴봤다. 이번 설문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 칼 호텔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기획실·처장협의회(회장 최미리 가천의과대 기획처장)에 참석한 56개 대학(수도권 20개 대학, 비수도권 36개 대학) 기획처장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기획처장들은 학교 소재지에 따라 자율화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이 자율화를 적극 찬성한 반면 비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은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을 동시에 견지했다. 자율화가 전적으로 대학들에 환영받을 일만은 아님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 이에 따라 자율화에 대한 대학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보다 신중한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자율화, 입장차 뚜렷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한 이명박 차기 정부의 대학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39.3%가 ‘바람직하다’라고 답했지만 58.9%가 ‘바람직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바람직하다’라고 답한 경우 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이 63.6%, 비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이 36.4%를 차지했다. ‘바람직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답한 경우에는 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이 18.2%, 비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이 81.8%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Q4는 Q3에서 '일부는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에 한함. 

하지만 자율화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는 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과 비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의 대다수가 ‘시장 원리에 따른 대학 간 양극화(총 응답률 75.4%)’를 선택했다. 이는 자율화가 수도권 대학들에 유리하게 작용, 상대적으로 비수도권대학들이 불리할 수 있음을 수도권 대학 기획처장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기정부 재정지원·대교협 역할에 신뢰 부족

기획처장들은 이명박 차기정부의 재정지원과 대학 자율기구로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역할에 현 시점에서는 분명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차기 정부가 충분한 대학 재정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는 8.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1.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67.9%는 ‘공약 상으로는 기대가 안 되지만 향후 기대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대학 자율 기구로서 대교협이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역시 8.9%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17.9%였다. 71.4%는 ‘예산·인력 등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기획처장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대학 등 교육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조금 부족하다(71.4%)’, ‘전혀 충분하지 않다(17.9%)’로 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의견 수렴에 미흡했음이 증명됐다.  

▶전국대학교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세미나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 칼 호텔에서 열렸다.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기획처장들.

3불 일부 또는 모두 유지

대입 자율화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대입 자율화가 3불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 벌써부터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3불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결과 당장에 3불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대학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자율화가 되더라도 개별 대학 차원에서 3불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17.9%에 불과했고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12.5%, ‘일부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67.9%로 전체든 일부든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일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경우 기여입학제 금지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63.2%로 가장 많았고 본고사 금지 유지가 13.2%, 고교등급제 금지 유지가 18.4%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로 봤을 때 기여입학제 금지는 55.4%로 나타났다.

이밖에 ‘기존 대학 정책 가운데 이명박 차기정부에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보는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른 대학 평가 거부 시 불이익’이 42.9%로 가장 많았고 로스쿨 정원 조정이 19.6%, 대학정보공시제가 17.9%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번 전국대학교 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세미나에서는 학과평가와 교원업적평가를 연계한 교수종합평가(발제자 박성호 경일대 기획처장), 학교 공간채산제에 관한 혁신사례(발제자 : 이화룡 공주대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으며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참석, 기획처장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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