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차원의 정책 및 입법 개발 지원을 위한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개청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선진 의회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입법조사처는 ‘로스쿨 적정 정원'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그 연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초대 입법조사처장을 맡은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 교수를 만나 로스쿨 정원 연구의 진행과정, 입법조사처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하신 지 2개월여가 지났는데 소감은.
“지금은 조직을 만들어 가는 단계다. 2, 3월 중에는 조직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점은 의원들의 질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 현재의 조직으로는 수준 높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수로서 입법조사처장을 맡아 장점이 있다면.
“입법조사처는 리서치 기관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라도 학문적 연구와 연관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나는 언제든지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몸이라 정치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하다.”

-로스쿨 적정 인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로스쿨 정원의 적정성 관련 연구는 의원들의 질의 회답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정원이 반드시 많아야 한다, 적어야 한다를 떠나서 사회가 필요한 정원 규모는 적정선을 조사, 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현재 책정된 2000명선을 상회할지, 아니면 적을지 지금으로서는 말하기가 어렵다.”

-어떤 의원들이 연구를 의뢰했나.
“의뢰 대상자를 밝히는 것은 업무상의 비밀이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

-처장님이 법대 교수여서 연구결과에 대해 대학들이 기대하는 바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정원 증가를) 많은 대학들이 원하고 있고 정원이 많아야 한다는 차원보다는 사회적, 현실적 여건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정한지를 보는 것이다. 객관적 기준으로 나오는 숫자와 정책적 조건이 모두 더해져야 한다.”

-연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또 결과는 공개할 것인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 내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급적 빨리 나오도록 할 생각이다.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면 입법조사처 명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를 한 의원들 명의로 하게 된다.”

-로스쿨 정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로스쿨의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를 잘 봐야 한다. 전문 법조인력 양성과 법학교육 정상화를 고려하면 로스쿨 입학정원이 몇 명이냐보다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몇 %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원을 2000명으로 정하고 70%를 선발한다고 하면 누적 불합격자가 3년이 지날 경우 1800명이 되고 합격률은 30%대로 떨어진다. 또 5년 지나면 합격률이 20%대로 떨어진다. 결국 지금 시험제도와 마찬가지다. 좋은 로스쿨은 합격자를 많이 내고 중소 규모 로스쿨은 도태돼 법학교육의 파행이 발생한다. 적어도 합격률은 의사고시처럼 90% 이상은 돼야 의미가 있고 지금 논의의 초점이 이렇게 돼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의회 선진국이 되기 위해 입법조사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전까지는 대부분 법률안을 정부가 만들어 제출하면 의회가 통과시켰지만 2000년대 들어 의원들이 얼마나 법안을 제출했고 또 그 법안이 국회에서 얼마나 통과됐느냐를 시민단체 등에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의원들의 입법 비율이 양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양에 비해 내용은 부실하다. 또 많은 연구가 있어도 정책으로 만들어져야 실현될 수 있고 정책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내용에 대한 연구, 즉 법률의 알맹이가 제대로 채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입법조사처의 역할이다.”

-결국 충분한 인프라가 핵심이지 않나.
“국정에 대한 범위를 구분한다고 할 때 조사원이 50명이면 50개로 나눌 수 있지만 500명이면 500개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입법조사처와 비견할 수 있는 미 의회조사국은 조사원이 850명이다. 따라서 국내외 문제들에 대해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고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세계적으로도 권위가 있다.” 

-차기 정부가 입법조사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입법조사처가 잘되느냐에 따라 좋은 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후약방문은 비용이 많이 든다. 잘못 만들어진 법에 의해 국민이 고통받고 인권을 침해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 규모에서 돈이 없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대 처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밤 새 눈이 오고 난 뒤 누군가 발자국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그 발자국을 쫓아가지 않나. 눈 위에 발자국을 내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


                                          <김형성 입법조사처장 약력>

 - 1980. 성균관대학교 법학사

 - 1988. 독일 Georg-August Univ. Goettingen 법학박사

 - 1995. 현재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1999. 미국헌법학회 이사

 - 2004. 성균관대학교 비교법연구소 소장

 - 2004.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 2004. 한국환경법학회 부회장

 - 2004. 한국경제법학회 부회장

 - 2005. 한국헌법학회 회장

 - 2007. 입법학연구소 이사장   
 - 2007. 국회입법조사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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