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지원부장

‘국력이 세계의 50%를 넘는 나라’를 초(超)강대국이라고 한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앞으로도 미국은 수십년 동안 최강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저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초강대국인 미국의 국가경쟁력의 주요 원천은 대학의 국제경쟁력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글로벌 대학 순위에서 세계 10대 대학 중 8개 대학, 세계 100대 대학의 50%가 미국 대학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위를 자랑하는 미국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대학혁신의 유연성과 차별화 전략, 경쟁체제, 국가· 대학· 기업이 연계된 우수 인재 발굴· 양성 시스템 등에 기인한다. 대학의 다양화 촉진 및 현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가는 차별화 전략으로 일찌감치 대학개혁에 나선 것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다.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영국식 학부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 연구중심 대학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또한 3000여개에 달하는 미국 대학들의 학생 유치 및 기부금 확보를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풍부한 기부금'은 인재양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학들이 국가와 기업 등으로부터 대학경영에 필요한 재원지원과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대학 스스로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자율적으로 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난 100여년에 걸쳐 미국 대학들은 ‘대학평가를 통해 자율적으로 질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보임으로써 대학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왔다. 그 결과 대규모 연구비와 기부금을 활용해 최고의 교수와 학생을 확보할 수 있었고, 탁월한 연구실적과 교육성과로 명성을 높임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국제적 수준의 대학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학평가는 전국 단위의 민간평가기구인 '고등교육평가인정위원회(CHEA)'와 ‘연방교육부(USDE)'가 인정한 민간 고등교육평가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모든 평가결과는 대학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정보로 공개되고 있다. 특히 CHEA가 승인한 평가기구로부터 '평가인증(accreditation)'을 받은 대학에서 취득한 학위와 학점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가 승인한 평가기구로부터 받은 '평가인증(accreditation)'을 받은 대학과 고등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에 한하여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HEA와 USDE의 승인을 받아 대학종합평가를 시행하는 전미 대학 지역평가기구는 6개가 있다. 그리고 고등교육프로그램에 대하여 평가인증을 하는 학문분야별 민간 평가기구는 70여개가 있다. 대학종합평가는 2단계 즉, 평가인증 참여 자격을 심사하는 교육여건 중심의 1단계 ‘후보평가’가 있고, ‘평가인증 후보’ 자격을 취득한 대학에 대하여 다음 해에 2단계의 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2단계 평가를 통하여 개별 대학이 고등교육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여부를 판정한다. 그리고 학문분야 평가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하여 성취해야 될 능력을 정의하고, 학생들이 이를 습득하는 데 적절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평가 초기에는  정량 위주의 평가지표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정량 위주의 평가지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정량평가지표와 정성평가지표를 혼합하는 추세로 개선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평가인증을 위한 편람이 개발되면서 질적 평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현행 미국 대학평가의 기본 절차는 4단계 평가 모델(four stage model)을 채택하고 있다. 즉 평가신청-자체평가-현지방문평가-평가판정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러한 4단계 평가 모델은 세계 대부분의 대학 평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미국의 대학평가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평가의 전통은 교육 이동 세기의 고등교육 질 보증의 기제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미국 대학이 가지는 국제경쟁력은 자율적 질 관리 규제 장치로 대학평가가 지속적으로 시행된 결과라는 사실을 시금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대학의 현실과 실정에 맞는 대학평가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의 필수요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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